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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랍의봄 7년] 제 몸에 불지르는 청년들…분신자살 年 80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는 2010년 튀니지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焚身) 자살로 촉발됐다. 과일노점상을 했던 부아지지는 단속반의 철거에 생계가 막막해지자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의 죽음은 ‘재스민 혁명’ 도화선이 됐고, 마침내 24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혁명 이후 분신 사례는 오히려 늘었다. 혁명 후 튀니지 상황에 절망한 청년들이 제2의 부아지지를 자처하며 제 몸에 불을 지르고 있다.

뉴욕타임즈(NYT)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튀니지에 만연한 좌절과 상실감으로 청년층의 분신 사례가 혁명 전보다 오히려 늘고 있다. 혁명 후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실패한 튀니지 국민들의 좌절이 ‘분신’이라는 섬뜩한 표현 방식으로 돌아왔다고 NYT는 분석했다.

2011년 1월 ‘재스민 혁명’ 당시의 튀니지. [사진출처=게티이미지]

한 연구에 따르면 혁명 이후 5년간 분신 사례는 3배로 늘었다. 수도 튀니스의 주요 화상병원은 지난해 분신으로 실려온 환자가 10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화상병동 담당 외과의사인 아멘 알라 메사딘 박사는 “2011년 이래 매년 평균 80건 이상의 분신 환자들이 온다”면서 “(분신 형태의) 공개적 저항은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흔한 자살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그것(분신)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상황 악화를 우려했다.

분신자살 증가 사례를 연구한 법의학 병리학자 메흐디 벤 케릴 박사는 “이러한 자살은 대규모 혁명 이후의 사회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한다”고 밝혔다. 혁명 이전의 분신자살 동기는 정신건강 문제인 경우가 많았지만, 혁명 후에는 대부분 경제난과 국가에 대한 저항이 동기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분신을 시도한 아델 드리디 역시 부아지지처럼 과일 노점상을 운영했다. 14세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경제난을 겪어온 그는 “경찰에게 몰매를 맞다 탈출했을 때 눈앞에 주유소가 보였다”며 “분신을 결심하기까지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당국이 관리하는 공공기관 앞에서 벌어지는 분신자살은 튀니지 정부에 대한 반감을 뒷받침한다. 지난 2월 사망한 람지 메사우디(19)도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서 분신했다. 람지의 친구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여전히 의식이 있었다. 웃고 있었고 계속해서 ‘불의’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튀니지는 아랍 어느 나라보다 자유와 민주적 통치에 앞장서 왔지만, 혁명 후 더 나은 삶을 위한 희망과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 높은 실업률과 양극화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거나 IS에 가담하며 조국을 등졌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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