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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한국판 앵테르미땅’ 실효성 있나?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2011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시나리오작가 최고은씨의 메모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메모에는 망설임 끝에 쓴 ‘저’와 ‘쌀’ 사이 띄어쓰기가 한참 떨어져 있다. 손도 마음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씨는 한 자 한 자 마음에 새기듯 눌러쓴 것처럼 보인다.

이 일로 ‘최고은법’이란 이름의 ‘예술인복지법’이 생겼지만 현실은 그닥 나아지지 않은 듯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예술인의 연평균 수입은 1255만원으로, 2인 최저생계비에도 훨씬 못미친다.

이런 현실을 반영, 지난 7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새정부 예술인복지정책 토론회는 너른 국제회의장이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 날 정부가 내놓은 예술인 고용보험안은 언뜻 그럴싸해 보였다. 보수에 따라 7등급으로 나눈 뒤, 월 보험료를 산정하고, 거기에서 정부가 5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이런 내용을 담은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 올라가 있다.

이를 근거로 기준보수가 154만원인 1등급의 경우, 월 보험료는 3만800원으로, 예술인은 1만5400원만 내면 된다. 실업급여 수급요건도 완화해 3년동안 가입기한이 합쳐서 12개월만 유지하면, 1등급의 경우 월 구직급여 77만원을 최대 6개월 동안 받을 수 있다. 이는 예술인의 대부분인 프리랜서를 자영업자로 본 데서 출발한 것으로 임의 계약방식이다. 정부는 프랑스의 고용보험인 앵떼르미땅보다 저렴한 보험료, 높은 실업급여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고용보험이기 때문에 보수를 받을 목적의 계약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판권을 팔거나 저작권 계약 등 순수 창작예술인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바꿔말하면 최고은씨 같은 시나리오 작가는 해당사항 없음이다.

예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예술인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및 만화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는 매우 제한적이다. 공연이나 영화 부문 정도다. 전 예술분야 종사자가 고용보험의 대상자라고 하지만 진입장벽을 둔 셈이다. 그나마 해당자들도 선택적 가입이란 점에서 얼마나 보험에 들 지 의문이다. 또 영화 등 일부 분야에서는 4대보험에 가입, 고용주가 부담을 하고 있는 터라 정부안으로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이 자리에선 예술인 복지금고 조성 얘기도 나왔다. 이도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재원마련이 관건이다.

도종환 장관은 예술이 국민 개개인에 미치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내세워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여전히 왜 예술인만 특별우대하냐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의 공감대도 얻고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우리 실정에 맞는 창의적 해법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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