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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철 ‘딜레마’]우산 비닐, 한번 쓰고 획…연간 1억장, 뒤처리 ‘엉망’
-장마철 건물마다 수북…90%는 분리배출 안해
-매립땐 썩는데만 100년…환경오염 주범 ‘낙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지난 7일 오후 7시께 서울 마포구 번화가. 아스팔트에 장대 같은 빗줄기가 내리 꽂혔다. 인도에는 빗물을 머금은 우산 비닐 커버 5~6개가 축 늘어져 있었다.

“몇 분만 비가 쏟아져도 비닐 커버가 많아져서 빨리 치워야 해요.”

빗자루로 비닐 커버를 쓸어 담던 환경미화원 이모(53) 씨가 말했다. 비닐 커버를 치우는 이 씨의 바쁜 손놀림이 이어졌다. 그가 보여준 쓰레받기에는 구겨진 우산 비닐 커버가 가득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번화가. 환경미화원 이모(53) 씨가 우산 비닐 커버를 치우고 있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이날 마포구 일대 공공기관, 백화점, 대형 매장 등을 돌아본 결과 상당수 건물 출입구에는 우산 비닐 커버 포장기가 설치돼 있었다.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포장기를 사용했다. 포장기 옆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우산 비닐 커버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며칠째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리면서 우산 비닐 커버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한국의 우산 비닐 커버 연간 소비량은 약 1억장에 달한다. 하지만 한 번 사용된 우산 비닐 커버의 90% 이상이 분리배출되지 않고 다른 쓰레기와 섞여 버려진다. 우산 비닐 커버는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이 아니고 환경부담금 부과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으로 만들어진 우산 비닐 커버는 땅속에 매립되면 썩는 데 100년이 걸린다. 소각하면 다이옥신 등 유해 성분을 배출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 입구. 건물 출입구에 비치된 우산 비닐 커버와 쓰레기 봉투에 버려진 우산 비닐 커버가 가득하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그러나 비싸지 않고 사용하기 편리해 대다수의 공공기관, 매장 등이 여전히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우산 비닐 커버는 한장에 18~20원 정도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공공기관 90%(30곳 중 27곳)는 여전히 비닐커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또 서울 지하철 157개 역이 총 314대 우산 비닐 포장기를 설치ㆍ운영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일회용 비닐 사용 줄이기 캠페인 진행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다효 자원순환연대 연구원은 “우산 비닐 커버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이기 때문에 썩는데 100년 이상이 걸리고, 대부분 물기가 젖었다는 이유로 재활용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려진다”며 “우산 비닐 커버 무상 제공 금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강화 등 정부 차원에서 규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이나 캠페인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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