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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대표하는 한국화가는 ‘원조 블랙리스트 화가’ 이응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전문가 24명 설문
“수묵화로 근대적 개성 구축ㆍ한국미술 세계화” 평가
재조명 돼야할 작가엔 ‘황창배’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20세기 대표적 한국화가에 고암 이응노(1904~1989)가 선정됐다.

미술자료 아카이브 권위자로 꼽히는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이 ‘20세기 한국화의 역사’전을 개최하며 최근 국내 미술사가, 평론가, 큐레이터, 대학교수 등 전문가 2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장 많은 득표수를 차지한 ‘대표 한국화가’는 고암 이응노였다. 전문가들은 “고전 시서화에서 출발해 ‘동양화’로, 일종의 리얼리즘으로, 그리고 추상과 현대성으로, 식민지 세대로서는 드물게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스스로를 혁신한 근대인”이라며 “20세기 수묵화 역사에서 희귀한 근대적 개성을 구축하고, 한국미술을 세계화 했다”고 평가했다. 

고암 이응노. [사진제공=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전통적 필묵을 서양미술에 적용한 ‘문자추상’, ‘군상’등 시리즈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고암 이응노는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사건에 연루돼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작가다. 요즘으로 치면 ‘원조 블랙리스트 화가’인 셈이다.

이응노는 단순히 대표적 한국화가가 아니다. 국제미술계에서도 주목하는 작가로,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린 첫 세대 작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응노를 기리는 회고전이 프랑스 미술관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다.

프랑스 세르누쉬 파리시립동양미술관은 지난 9일부터 ‘군중을 그리는 사람 : 이응노’라는 주제로 회고전을 열고 있다. 이어 9월에서는 파리 국립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이 예정 돼 있다. 20세기 서구와 극동아시아의 문화적 교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응노를 기념한다는 취지다. 이 두 전시 모두 프랑스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직접 기획한 전시라 더욱 의미가 크다.

한편, 대표적 한국화가 2위엔 박생광(1904~1985)이 선정됐다. 소재와 색채, 구성방법에 있어 기존의 관점을 바꿨고, 채색화 전통의 현대화를 이뤘으며 특히 토속신앙과 관련한 원색적 색채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송수남(1938~2013)이 3위, 이상범(1897~1972), 변관식(1899~1976), 김기창(1913~2001), 천경자(1924~2015), 서세옥(88)이 공동 4위에, 박래현(1920~1976), 권영우(1926~2013), 황창배(1947~2001)이 공동 5위에 뽑혔다. 

고암 이응노화백 개인전람회 목록 1949.[사진제공=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더불어 가장 재조명 돼야할 작가엔 ‘한국화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황창배(1948~2001)가 선정됐다. 2위엔 박생광, 김기창과 성재휴가 3위에 랭크됐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한국화 역사에서 꼭 짚어야할 사건’, ‘한국화에 기여한 대표적 인물’ 등의 내용을 더해 단행본을 발간됐다.

김달진 관장은 “한국 전통회화인 한국화가 아직도 동양화, 수묵담채화로 불리는 등 명칭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한국화 역사를 돌아보고 한국화의 미래를 모색한다는 취지에서 ‘한국화’라는 주제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한국화와 관련된 전시 팸플릿과 단행본, 포스터, 사진 등 소장자료 300여점이 나온다. 11월11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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