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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경제,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주가가 오르고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경제성장 전망치를 앞다퉈 상향조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1%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보였다. 이는 2015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처음으로 1%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인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현재의 한국경제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경기가 저점을 지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세계적인 상승기류에 올라 탈 수 있는 부양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경기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려면 투자가 생산성의 증대를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소득과 소비를 증가시키는 선순환으로이어져야 하는데 이를 견인할 만한 원동력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2012년 이후 지속된 反기업적 경제민주화는 그 정책목표인 분배정의를 실현하기는커녕 기업들의 투자의욕만 저하시키는 비이상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생산성 증대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요원한 일이 되고 말았다.

경기에 대한 낙관적 관망을 힘들게 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심각한 소비위축이다. 생산성 저조로 실질임금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온 반면 지난 정부의 부채주도성장이 가계부채를 폭발적인 증가시켜 소비여력은 극도로 위축됐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 중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2007년 평균 77%에서 점차 하락해, 이제는 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 이전 600조원대에 머물던 가계부채는 약 2.5배 증가해 현재 136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저금리로 인해 이자부담이 크지 않았으나 올 들어서는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추가적인 위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소비가 당분간 되살아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대외여건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출증가는 경쟁력 제고의 결과가 아니라 지난해 실적이 지나치게 저조했던 데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일정 정도의 원화강세 수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수출증가를 추세적 증가로 단정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효과가 예상외로 클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혁적 수준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저성장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정부는 정경분리의 확고한 원칙 아래 경제회생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위기상황을 극복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했던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수 엘리트 집단이 만들어낸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위기극복을 위해 서로의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하며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이뤄낸 결과였음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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