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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 유료 쇼핑백대신 무료 속비닐 쓰는 손님들…제재법 전무
-연간 190억장 소비…매일 이산화탄소 6700톤 배출
-규제 밖 속비닐, 세탁소 비닐…“규제법 생각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사흘에 한번꼴로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는 주부 최모(46) 씨는 장바구니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지만 가끔씩 깜빡하곤 한다. 그러나 그럴때마다 굳이 비닐봉투를 50~100원을 주고 구입하지 않는다. 식품관 내 상품 진열대에 있는 무료 속비닐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속비닐은 애초 물기 있는 음식이나 흙이 묻은 채소를 넣는 용도로 제공됐지만 많은 주부들 사이에서 판매용 비닐봉투의 대안으로 쓰이고 있다.

최 씨는 “속비닐은 무료인데다 백화점에서 개별적으로 제작하는 속비닐이라 크기도 다양하고 더 튼튼하다”며 “돈을 주고 비닐봉투를 구입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말했다. 

7월 3일 제8회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을 맞은 가운데 비닐봉투 소비를 줄이려는 각종 규제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백화점 식품관의 모습.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3일 제8회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을 맞은 가운데 비닐봉투 소비를 줄이려는 각종 규제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99년 정부가 33㎡ 이상의 도소매 점포는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쇼핑백보증금제도’를 도입한 이후 우리나라 대형 마트에서는 비닐 쇼핑백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몇몇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시키는 대신 부직포 장바구니를 대여해주거나 종량제 봉투를 쇼핑백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비닐봉투 소비량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자연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1회용 비닐봉투는 연간 약 190억장에 달한다. 이는 하루 평균 5200만여 장의 1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것이자 이산화탄소를 하루 약 6700톤을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비닐봉투를 제작하기 위해 쓰인 석유 등 원자재를 바탕으로 추정한 소비량 수치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비닐봉투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루 동안 사용되는 5200만 장의 비닐봉투를 제작하는데만 쓰이는 원유가 약 95만1600ℓ에 달하는데 중국에서 수입한 비닐까지 포함하면 비닐봉투 소비량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간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자체 제작한 비닐봉투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산 비닐봉투에 대부분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쇼핑백보증금제도 도입으로 일부 마트 및 체인점에서 비닐봉투 소비가 크게 줄었지만 쇼핑백보증금제도 대상에서 빠진 비닐봉투 종류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빵집, 대형서점 등 에서는 이 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지만 마트에서 제공되는 속비닐, 재래시장에서 쓰이는 비닐봉투, 세탁소에서 사용되는 옷걸이 비닐 등은 아무런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7월 3일 제8회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을 맞은 가운데 비닐봉투 소비를 줄이려는 각종 규제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백화점 식품관의 모습.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속비닐, 재래시장 비닐봉투 등 현행법상 규제 대상이 아닌 비닐봉투 종류가 굉장히 많다”며 “속비닐의 경우 쇼핑백환경보증금제도 도입 이후 소비량이 몇 배나 늘었다. 아무리 식품관에서 비닐봉투를 유료로 판매해도 전체적인 비닐봉투 소비량이 줄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비닐봉투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관리하고 규제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자연순환연대는 이날 11시께 종로구 인사동에서 ‘제8회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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