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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반의 채비' 문재인 대통령, 對트럼프 악수전략 준비 끝냈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0일(美현지시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비해 악수 전략 준비도 완벽히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대부분의 외국 정상들은 돌발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자세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의도치 않게 세계적인 화제거리로 비화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이에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8일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동행한 기자들이 ‘악명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도 어떻게 악수하느냐는 것을 세계가, 또 우리 국민이 아주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겠느냐”며 한미정상간 악수에 상당한 의미를 뒀다.

이어 “아마도 두 정상 간에 아주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악수 장면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악수 전략을 미리 밝히면서 두 사람의 악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평상시 악수 습관은 장차관 임명장 수여식, 국내 및 해외 주요 인사와의 회동 장면에서 보인 '스타일'을 종합하면 나타난다. 문 대통령은 대체로 악수할 때 한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잡았고,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 눈을 깊게 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 대표단 초청 오찬에서 각국 의장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 대표단 초청 오찬에서 블로딘 러시아 하원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가진 차담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트럼프와의 악수에서도 문 대통령은 역시 평소대로 한 손으로 상대 손을 잡고 미소지으며 상대 눈을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제스처가 추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스처가 추가된다면 포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악수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포옹하는 그림이다.

문 대통령은 평소 친밀감을 표시할 때 종종 상대를 포옹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예가 5.18기념식에서 유가족을 포옹한 장면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슬픈 생일’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추모사로 낭독한 유가족 김소형씨에게 감동받아 예정에 없이 무대 위로 올라가 포옹했다. 딱힌 김씨 처지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국민들은 대통령의 행동에 공감해 박수를 보냈다.

이후 이 장면은 국민을 위로하는 대통령 이미지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포옹 후 문 대통령이 김씨에게 ‘행사 끝나고 아버님 묘소에 같이 가자’고 제안해 함께 묘소를 찾은 장면은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엇을 하든 상상 이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와의 악수 중 포옹할 경우, 가까운 거리에서 진심을 전하는 짧은 대화를 나눌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경우, 가벼우면서도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더하는 대화 주제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호감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문 대통령은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처음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때부터 아주 느낌이 좋았다”며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서로 잘 통하는 관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우리 언론발로 기사화되면서 미국 현지에까지 타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해외 정상들은 악수 장면에서 숱한 해프닝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월 27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만나 손을 꽉 쥐고 토닥여 논란을 예고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어 지난 2월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와의 악수에서 예상 못한 굴욕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 카메라 앞에서 아베 총리 손을 19초 동안 거세게 잡고 잡아당겼다가 다른 손으로 아베의 손등을 두드리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꽉 잡은 손에 이끌려 휘청이던 아베는 악수가 끝나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훗날 이 악수 장면은 미국에 순종적인 일본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트럼프-아베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를 의식한 듯 2월13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악수를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트럼프가 손을 잡아 당기지 못하도록 악수 순간 다른 손으로 트럼프의 어깨를 잡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이렇게 함으로써 트뤼도 총리는 마치 포옹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미국과 캐나다의 친밀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돌발적 손 잡아당기기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


트럼프-트뤼도 [사진제공=연합뉴스]


3월17일 트럼프를 만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와 악수를 아예 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 메르켈이 못 이긴 척 “악수할까요?”라고 물었지만, 오히려 트럼프가 이 말을 못들은 척 전방을 응시하며 침묵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순식간에 악수 거부를 당한 메르켈은 순간 카메라를 향해 멋적은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메르켈 [사진제공=연합뉴스]

트럼프-시진핑 [사진제공=연합뉴스]


반면, 4월6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났을 때는 양국 정상간 신중한 분위기 속에 악수로 인한 해프닝은 부각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상대를 가려가며 악수 외교를 펼친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

이를 감안한 듯 젊고 강인한 이미지로 지난달 새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5월25일 트럼프와의 회동에서 트럼프를 압도하는 악수 매너(?)를 선보였다. 마크롱은 트럼프의 손을 선제적으로 강하게 움겨잡은 뒤 6초 동안 흔들며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응시하며 손을 잡고 수초간 악수에 몰두했던 두 사람 중 승자는 마크롱이었다. 마크롱에 예상 밖 일격을 당한 트럼프는 곧 손을 놓으려 했지만, 마크롱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 일화로 마크롱은 한층 강인한 이미지로 무장했다. 트럼프가 악수 중 먼저 손을 놓으려 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훗날 마크롱 대통령이 당시 제라르 아로 주미 프랑스 대사로부터 “트럼프의 공격적인 악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트럼프-마크롱 [사진제공=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며칠 뒤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악수에 대해 ‘의도적 전략이 숨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마크롱은 “그 악수는 순수한 행동이 아니었다”며 “(속 마음을 드러낸) 진실의 순간이었다. 비록 상징적인 것일지라도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 단 한 가지도 놓치지 않는다”면서 “그것이 양자외교에서 존중을 받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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