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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조급증 아베의 자충수
일본 도쿄도의회 공식 선거일 첫날인 23일 도쿄 시부야역. 유세 차량에 오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카랑한 목소리로 유세 첫 일성을 한 자 한 자 힘주어 외쳤다. “낡아빠진 의회는 필요없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을 향한 화살이었다. 고이케는 “그동안 도 의회는 보스의 정치가 판치는 곳이었다. 손타쿠(忖度·상대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행동함) 정치가 횡행했다”고 일갈했다. 모두 아베와 관련된 스캔들을 꼬집은 것이다. 아베는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 학원에 수의학과를 신설하는 데 측근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올초 60%대를 오르내리던 아베 내각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30%대까지 추락했다.

다음달 2일 127명의 의원을 뽑는 도쿄도의회 선거는 안그래도 일본 정계에서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아베 스캔들이 겹치면서 폭발력이 더해졌다. 만약 현재 57석의 도 의회 제1당 자민당이 고이케가 이끄는 신당 도민퍼스트회에 참패한다면, 내년 총재 선거에서 3연임한 뒤 개헌을 통해 2020년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아베의 야욕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 출발은 고이케가 시원하게 끊었다. 투표를 1주일 앞두고 각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민퍼스트회가 자민당과 비슷하거나 자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선 도민퍼스트회 지지 응답자는 26%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자민당 지지 응답은 23%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아사히신문에선 각각 25%로 같았다.

위기에 몰린 아베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26일 첫 지원 유세에서 “새로운 도의회인지, 낡은 도의회인지 그런 논의는 잘못됐다. (뭔가를) 할 수 있는 의회인지, 할 수 없는 의회인지 결정하는 게 이번 선거”라고 했다. 고이케가 ‘낡은 의회’라고 자민당을 비판한 것을 역공한 것이다. 하지만 1라운드부터 아베가 밀린 모양새다. 선거 전면에 나서봤자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 조용히 있다가 이날 처음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반응은 차갑다. 심지어 자민당 내에선 “당 후보들이 아베와 찍은 포스터를 줄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굴욕’을 겪고 있다.

아베의 조급증은 곧바로 나타났다. 당초 올해 안에 하기로 했던 당 차원 개헌안 확정 시기를 11월 초로 앞당기며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낸 것이다. 이어 내년 1월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개헌안 심의를 시작해 회기 내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발의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헌법개정안 국회 제출 시점까지 정해주며 개헌에 박차를 가한 데 대해 곧바로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총리가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집권 1기의 뼈아픈 실패를 교훈 삼아 아베노믹스 등 과감하고도 세밀한 정책으로 ‘아베 1강(强)’ 체제를 구축했다.

일본 언론은 “집권 2기 최대 위기”라며 아베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과연 개헌 가속화라는 승부수로 잇딴 악재들의 파고를 넘을지, 아니면 승부수가 자충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는 그런 의미에서 아베의 다음 수를 가늠할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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