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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욕의 아베“포스터에서 빼”…인기몰이 고이케“당의 얼굴로”
-아베, 가케학원 스캔들 일파만파
지지율 급락에 지원연설 요청 ‘뚝’
-고이케 지사 호감도 급상승
도민퍼스트회 등 야 지지 이끌어


오는 7월 2일 열리는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당 간판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자, 집권 자민당 지지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신생 정당 도민퍼스트회는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인기 덕에 지지율이 함께 오르고 있다. 남은 열흘 동안 자민당은 아베 총리 노출을 최소화하고, 도민퍼스트회는 고이케 지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의 굴욕, 포스터에서도 사라질 판=아베 총리는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특혜를 받도록 관계 기관들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위기에 몰렸다. 일본 언론이 17~18일 일제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최저 36%에서 최고 49%를 기록했다. 한달 새 10% 포인트 안팎으로 급락한 수치다.

파문이 커지자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딱딱한 어조와 태도를 두고 비판이 나오자, 다음날 당직자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나의 자세도 깊이 반성한다”며 진땀을 흘렸다. 의혹이 있을 때마다 고압적 태도로 일축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 도쿄도의회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압박감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아베 총리 영향으로 달라진 여론을 체감하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자민당의 한 출마 예정자는 21일 닛칸스포츠에 “현장에서 시민에게 욕설을 듣기도 했다”며 “지난 며칠 사이 역풍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사히 신문도 도의회 선거를 준비 중인 자민당 관계자의 반응을 전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지원 유세에 대한 후보들의 요청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지원 연설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와 총리가 함께 찍힌 포스터를 줄이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귀뜸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고이케 호감도 급상승… 신당 지지율도 ‘쑥’=반면 고이케 지사는 도민퍼스트회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 도민퍼스트회는 도쿄신문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2.6%을 기록해 자민당(17.1%)을 처음 넘어섰다. 고이케 지사에 대한 호감도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고이케 지사 지지율은 자민당 내에서도 58.3%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고이케 지사는 20일 도쿄의 명소 츠키지 시장을 토요스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5년에 걸쳐 시장 일대를 음식 중심의 테마파크로 재개발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한 승부수다. 당초 작년 11월 예정됐던 츠키지 시장 이전이 중단되자 상인들의 불만이 컸다. 당 내부에선 “도의원 선거 전에 결정 내리고 이전 방향성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도정 행보 외에도 고이케 지사의 패션 등 신변잡기도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 독자 타깃의 패션지는 거의 매주 고이케 지사의 스타일을 분석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고이케 유리코식 패션 황금률’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고이케 지사 사진집이 초판 1만5000부 매진을 이룬 것도 인기 척도로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선거 시작되면 아베 숨기고, 고이케 드러내고=도쿄도의회 선거는 전국 선거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 당은 남은 열흘 동안 간판 정치인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 고심하고 있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노출을 최대한 자제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인기있는 고이케 도지사와의 대결 구도도 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21일 아사히 신문이 전했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선 도의회 선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19일 “도쿄는 일본의 상징이라 그다지 우아하지 않은 선거 결과를 맞이하면 도정 뿐 아니라 국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자민당 지지를 호소했다.

도민퍼스트회를 비롯한 야당은 사학 스캔들과 관련한 ‘새로운 문서’에 주목하며, 아베 총리를 계속 압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선거 기간 유세에서도 사학 스캔들을 계속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 한 관계자는 “연설에서 가케학원 문제가 거론되면 관객 반응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도민퍼스트회도 현 내각 비판을 이어가는 동시에, 고이케 지사를 당의 ‘얼굴’로 적극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도민퍼스트회 한 관계자는 “고이케 지사 응원 연설에 대한 문의가 벌써 오고 있다. 국정에 대한 불만이 들끓으면서 타이밍이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쿄도의회 선거 일정은 23일 고시된다. 127석이 걸린 선거에서 자민당은 60명, 도민퍼스트회는 48명 수준에서 후보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도민퍼스트회는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수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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