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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이 바쁜 청춘들]금수저는 ‘연수’ 흙수저는 ‘막노동’`
#1. 군입대를 앞둔 서울의 한 사립대 2학년 김모(21) 씨는 요즘 공장 아르바이트를 찾는 중이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 중개업체 A사에 ‘대학생 공장’으로 검색해 지원서를 뿌렸다. 숙식 제공에 단기간 일하고 230만원 가량의 목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저임금 받고 아르바이트 할 바에 공장에서 빡세게 일하는게 나을 것 같다” 고 했다.

#2. 전문직 부모님을 둔 대학생 이모(25)씨는 방학 때 동남아로 7박8일간 봉사활동을 하러 갈 예정이다. 학교에서 올린 공고글로 발견했다. 자기부담 참가비 80만원은 부모님께 부탁해 지원받았다. 여기에 현지 생활비 30만원과 예방접종비용 15만원 등도 받았다. 이 씨는 “부모님이 적극 도와주셨다”며 “아르바이트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면 갈 생각을 쉽게 못 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들의 방학도 양극화가 되고 있다. 학기 중에 쓸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들이 있는 한편, 스펙을 위해 해외봉사나 해외연수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겨울방학 경기도 안산에서 가전제품을 조립하는 일을 했던 최모(25)씨는 “대개 등록금에 보태거나 생활비로 쓴다”며 “방학 때 바짝 벌어놔야 마음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대학생들의 공장 아르바이트 지원자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아르바이트 전문 중개업체에 따르면 생산ㆍ제조ㆍ품질검사 등 공장에 지원한 20대는 2012년 7만 8000명에서 2014년 9만 600명, 2016년 17만 4800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미숙련 대학생이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치는 경우다. 실제 2014년 산업 재해를 당한 8만 3200명 중 6개월 미만 근로자 4만 9000명으로 60%를 넘는다.

실제 지난해 8월 경기도 안양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대학생 이모(23) 씨는 ‘바이메탈 압착기’를 다뤄보라는 조장의 지시를 따르다고 오른손 검지 반 마지가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생활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대학생들은 해외프로그램에 눈을 돌린다.

나중에 취직을 원하는 기업에서 쓸 자기소개서 한 줄을 더하기 위해서다. 동남아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육 기부를 하거나 빈민가 집짓기 등을 한다.

해외봉사의 자기부담금은 꾸준히 지적됐다. 지난해 진행된 해외봉사들의 경우 기간과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60만원에서 최대 130만원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나왔다. 주최기관에서 항공료와 체류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경우에도 추가 경비가 필요하다.

이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올해 초 대학생들을 상대로 연 강연에서 “여러분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정 다른 일이 없으면 자원 봉사라도 나가서 세계 어려운데 다녀보고 이런 게 중요하다”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해외봉사를 가는데도 큰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었다는 지적이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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