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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베어마켓 진입”…9개월만에 최저치
-OPEC 감산 이행에도…리비아·美셰일 증산 영향
-“추가 감산 합의 없으면 배럴당 30달러 가능”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국제유가가 20일(현지시간) 2% 이상 하락해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을 지속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생산량 감축 노력이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근원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97달러(2.2%) 하락한 배럴당 43.23달러에 마감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는 지난해 9월 16일 배럴당 43.03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월 23일 고점과 비교하면 21% 떨어져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은 기술적 약세장 진입을 의미한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도 0.89달러 하락해 11월 15일 이후 최저 수준인 배럴당 46.02달러를 기록했다.

OPEC 회원국은 지난해 11월 30일 정례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감산에 합의했고 12월에는 러시아 등 비회원 11개국의 동의도 끌어냈다. 덕분에 국제유가는 안정적으로 배럴당 50달러를 유지했다. 지난달 OPEC과 비회원국이 연장에 합의하면서 내년 3월로 감산 이행 종료 시점이 미뤄졌다. 우려와 달리 각국이 철저하게 감산 내용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감산 이행 대상에서 제외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미국의 계속된 증산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에서는 셰일유 업체들이 설비를 늘리면서 증산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 내년에는 하루 10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프=오일프라이스닷컴]

IAF 어드바이저의 카일 쿠퍼는 “유가가 미 셰일유 업계가 생산 이익이 없다고 보는 심리적 지지선 4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면 셰일유 생산이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S&P 글로벌 플랫츠의 수석 애널리스트 제나 딜레이니는 CNN에 “미국이 OPEC 주도의 감산합의 효과를 상쇄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리비아와 나이지리가 수송 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리비아는 최근 원유 생산량이 하루 5만 배럴 이상 늘어, 일일 생산량이 88만5000 배럴까지 뛰었다. 나이지리아 수출 재개로 수주 내 100만 b/d(barrel per day) 생산 목표에 도달한다는 방침이다. 나이지리아 경질유인 ‘보니 라이트’ 생산량 역시 오는 8월 안에 하루 6만2000 배럴까지 늘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재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생산량 억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OPEC 차원의 추가 감산 합의가 없다면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최대 원유 중개업체인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유가 전망에 대해 “미래는 밝을지 몰라도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즉각적인 가격 회복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장관 칼리드 알 팔리는 “지난 수년 간 재고 축적에 비춰볼 때 감산은 효과를 발휘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원유 비축량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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