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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행복전통마을 이오호 대표 ①] 新한류 진원지 ‘안동’…큰 꿈꾸는 ‘작은 거인’
종가 종택 보호·하회마을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전통문화 알리기 한평생…한옥리조트 ‘구름에’ 운영 행복전통마을 이오호 대표

1999년 7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부군 필립 공과 함께 한국을찾아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일정으로 하회마을을 찾아 뜻밖의 73세 생일상을 받았던 것.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타전되며 안동을 한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한국의 대표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17년이 흐른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신임 주영대사를 맞는 자리에서 이때의 경험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재차 꼽으며 이는 다시금 화제가 됐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맞아 안동을 널리 알리는 홍보담당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이오호씨. 안동의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이오호 한국전통마을 대표(63ㆍ사진)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안동의 세계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인물로 꼽힌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전통리조트 ‘구름에’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행복전통마을의 이오호 대표.

1970년대 경북 안동군청 9급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40여 년 간 문화행정 분야에 근무한 뒤, 2013년 안동시설관리공단이사장 을 역임한 그는 현재 안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형 전통 리조트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한국전통마을의 대표로 변신해 있다.

안동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한평생을 바쳐온 이 대표가 SK그룹의 행복나눔재단을 만나 ‘사회적기업’ 형태의 전통 한옥리조트를 운영하게 된 건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4일 안동에 위치한 전통리조트 ‘구름에’에서 만난 이 대표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의 삶과 안동의 정신문화, 전통문화에 기반한 사회적 기업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공직생활 40년 동안 우리의 전통을 일깨우고 계승해 나가는 데 모든 걸 바쳤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 시절 진행된 ‘새질서 새생활’ 운동에서 지방자치 단위에서는 전국 최초로 가훈 전시회, 청소년 대상 가훈 갖기, 전통순례 대행진 등의 프로그램을 펼쳐 전국에 안동을 알렸다. 당시 7급 공무원에 불과하던 그는 이례적으로 청와대에 초청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안동 하회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날아가 총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그의 일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또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꼽는다.

평소 사회적 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SK그룹과의 만남은 ‘안동의 세계화’를 위한 그의 열정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안동시 문화예술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그는 안동의 지역적 특색에 맞춘 종가 종택 등을 기반으로한 사회적기업 아이템을 찾고 있던 SK그룹의 행복나눔재단을 만났다.

구름에 리조트 내 7동의 고택 중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계남고택’을 관리한 경험이 있던 이 대표는 구름에가 새 대표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처럼 지원하기에 이른다.

안동시 민속촌길에 위치한 구름에는 국내 최초의 전통 리조트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고택이 몇 차례 이건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고, 이후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지며 방치된 것을 SK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안동시 등이 손잡고 사회적기업을 출범시켜 전통 리조트로 탈바꿈 한 것. 출범 자체만으로 유실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살려낸 효과를 거뒀다.

현재는 재건한 8개 동의 고택 중 안내소로 사용되는 1개 동을 제외한 7개 동을 12개 객실로 재정비해 숙박객들을 받고 있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전통리조트 ‘구름에’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행복전통마을의 이오호 대표.

이 대표는 이런 고택들은 지자체의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람의 숨결이 닿아야만 생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행복전통마을 구름에 리조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한 소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 신 문화사업이자 사회적기업입니다. 짧게는 200년 길게는 400년 된 고택에 녹아 있는 우리 문화의 향수를 되찾는 것이 신문화 사업이자 한국정신문화 수도인 안동이 지향해 나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곳의 모든 사업들이 한국정신문화 수도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픈 3년차를 맞아 이 대표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안동 지역주민들과 사회에서의 인식 문제다. SK 행복나눔재단과 행복전통마을은 비영리로 사회 환원사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이 들어와 고택을 숙박시설로 개조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대표는 “SK가 안동에 와서 돈을 벌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해의 폭은 넓어지고 있지만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전통 리조트 사업으로 이곳 지역사회에 창출된 일자리가 20개 이상 늘어난 것만 봐도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 외에도 문화재 보존, 관광객 유치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진정성을 갖고 하고 있는 것을 언젠가는 다들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정겨움을 줄 환경을 가꾸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시절이지만, 그는 전통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과학기술과 지식집약 산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편리함을 얻지만 반면 잃는 것도 점점 많아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전통을 중심으로한 정신문화도 퇴락의 길을 걷게 되죠. 하지만 정신문화가 쇠퇴하면 사회는 흉포화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통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그는 “우리 선대들의 모든 정신,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가 고스란히 다 녹아있는 전통을 보존하면서 시대에 맞게 개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전통문화의 산업화와 정신문화의 재창출로 청정 사회 환류기능을 담당, 신 정신문화의 장을 펼쳐 나가는 사회적기업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표의 마지막 꿈은 전통 리조트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감동, 공감, 만족을 주는 질 높은 서비스를 통해 ‘구름에’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전통한옥 리조트의 랜드 마크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가꿔 나가겠다는 그는 “땀과 노력이 깃든 정성의 손길이 서려있는 전통리조트로 만들어 지역경제에 일조함은 물론 안동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한류의 신 진원지가 될 때까지 온 정성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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