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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병원, 백남기씨 사망 9개월만에 ‘외인사’로 사인 수정
- 백씨, 병원서 10개월간 투병끝 사망
-‘병사’에서…병원 수정, 이례적 조치
- 병원 “전공의, 사망진단서 수정 수용”
- 일각 “새정부 수립후 조치” 의혹 제기

[헤럴드경제=신상윤ㆍ박로명 기자]서울대병원이 지난해 9월 사망한 농민 백남기<사진> 씨의 사인을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했다. 이는 사망 9개월 만의일로, 병원이 사망자의 사인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백 씨는 2015년 11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10개월간의 투병 끝에 사망했다.

서울대병원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병원 내 어린이병원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의 종류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 권고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다. 수정된 사망진단서는 유족 측과 상의를 통해 재발급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조치에 따라 백남기 씨의 사인은 사망진단서가 나온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바뀌게 됐다. 때문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 뒤늦게 이런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은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오랜 기간 상심이 컸을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오늘 오전에 유족을 직접 만나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비롯해 국민 여러분에게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외상 후 장기간 치료 중 사망한 환자의 경우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의학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따르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 부원장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이지만, 사망의 종류를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있고 법률적인 책임도 갖고 있다”고 사인변경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백 씨는 지난해 9월 사망하기까지 서울대병원에서 317일간 머물렀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백 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해 유족과 시민단체 측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 왔다.

병원 측은 이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했으나,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처럼 의사 개인의 판단이 전문가집단(대한의사협회 등)의 합의된 판단과 다를 경우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 부원장은 “‘서울대병원 의사직업윤리위원회’를 이달 초 만들었다”며 “위원 위촉 등 세부 지침이 마련되는 대로 가동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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