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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달걀 200만개 ②] [르포] 30구 달걀 실종…온라인 몰에도 없다
-일선 업체, 달걀 수급 여전히 부족한데
-뾰족한 대책없어, 고심중인 유통업계
-태국산 대안 못돼…마트3사도 수입 NO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원래 이시간에 오면 없더라고요. 그래서 엄마가 아침에 와서 사가세요.”

14일 오후 6시께 서울 시내 중심부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33ㆍ경기도 구리시)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서씨는 청계천과 청량리, 상봉 등에 위치한 대형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고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장보기 품목에서 최근 달걀이 사라졌다고 했다. 오후에 가면 그나마 저렴한 30알짜리 일판란 물량이 떨어져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달걀 매대는 가득 찬 듯 보이지만 ‘속빈 강정’과도 같았다. 일판란(1판 30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15구ㆍ10구짜리 달걀들이 매대를 가득 채웠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달걀 진열 코너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이날 방문한 A 대형마트의 달걀 매대는 가득 찬 듯 보이지만 ‘속빈 강정’과도 같았다. 일판란(1판 30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인근에 위치한 B대형마트도 마찬가지, 30알이 들어간 달걀은 없고, 15구ㆍ10구짜리 달걀들이 매대를 가득 채웠다.

대개 달걀 가격 1개 단가는 일판란에 들어간 경우가 더 저렴한 편이다. 이에 오전에 대형마트를 방문한 손님들이 미리 일판란을 모두 구입해가며, 매장에는 25알ㆍ15알ㆍ10알 묶음 달걀만이 남아있었다.

온라인 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6시께 접속한 대형마트 온라인 페이지들도 30알짜리 달걀을 판매하지 않고 있었다. 각 대형마트가 직접 거래를 튼 농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만이 남아 있었다. 이에 이대형마트 관계자는 “일판란은 물량이 활실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달걀 수급이 원활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하루에 필요한 달걀은 전국에서 약 4200만개 정도. 하지만 공급량이 5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3400만개에 그치며 매일 800만개 가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매몰된 전국의 산란계는 전체의 36.0% 수준, 산란종계도 51.5%가 매몰되면서 달걀 수급이 원활히 되고 있지 않다. 

여기에 다시금 전국을 닥친 AI여파로 지난 5일부터 일부 부화과 도계장이 이동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의 대형마트는 계란 수급 지연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달걀 진열 코너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그럼에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태국산 달걀이 20~21일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지만 주당 200만개 수준으로 수급되는 물량이 극히 적다. 대형마트 3사도 일제히 “태국산 달걀 수입은 없다”고 못박았다. 태국산 달걀은 저렴하고 운송시간도 오래걸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통과정이 낙후돼 있어 많은 양을 수출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정부는 계란의 해외 수입처를 늘려가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이 지난달 17일, 스페인은 지난 2일 농림부의 수입 금지구역에서 빠졌다. 현재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근거한 식용란 수입 가능 국가는 뉴질랜드ㆍ호주ㆍ캐나다ㆍ덴마크ㆍ태국ㆍ네덜란드ㆍ스페인 등 총 7개국이다.

하지만 비싼 가격이 문제로 남는다. 수입이 이뤄질 경우 가격은 미국ㆍ캐나다산과 비슷한 1판(30란)에 1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AI 여파가 빨리 진정되길 바라는 것밖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서 “가격 안정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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