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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가 바꾼 편의점 풍경 ①] “과일, 안주, 술 다 파니까…” 밤이면 술집으로 변하는 편의점
-‘새우깡 하나’로 맥주 까던 시대는 옛말
-요즘 편의점에선 다양한 신선식품 판매
-이에 편의점은 불황속 ‘노상족’ 메카 변신
-노상족 끼리의 ‘소음’은 풀어야할 숙제로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낭만있잖아요. 새우깡 하나 놓고 소주 먹던 대학때 생각도 나고….” (25세 직장인 마모씨)

오색의 네온사인도 흥겨운 비트도 없지만, 최근 편의점 앞 플라스틱 테이블의 밤은 일상을 마친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지난 2014년 시작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노상까기(야외에서 술과 안주를 먹는 은어)’가 직장인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에도 예전보다 훨씬 품질이 좋아진 편의점 신선식품은 노상 문화에 첨병역할을 했다. 한국 편의점들은 고급 안주와 과일,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른 더위로 맥주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편의점 앞은 새로운 술자리로 거듭난 것이다. 일상을 마치고 짚앞 편의점에 모여든 넥타이 부대들이 한 손에는 캔맥주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따뜻하게 데워진 핫바와 도시락을 들고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여기에 맞춘 가성비 높은 음식들이 편의점에 출시되고 있다. 이에 편의점 앞 노상 술문화도 활성화돼 가는 추세다. 편의점 앞 간이테이블에 올려진 술과 안주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U가 지난 3년간 전체 안주상품의 매출을 100%로 놓고 마른안주와 냉장안주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지난 2015년 전체 안주매출의 53%만을 차지했던 냉장안주는 올해 1분기에는 63%까지 그 비중이 증가했다.

GS25에서는 소포장돼 출시된 사과ㆍ바나나ㆍ딸기 등 과일류 제품군의 매출은 연 평균 38.0%씩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직화 찌개’시리즈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32.0%나 증가했다.

마른안주에는 오징어ㆍ땅콩ㆍ쥐포 등 소비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맥주 안주가 해당되고, 냉장안주에는 전자레인지를활용해 익혀먹는 떡볶이와 족발, 여타 레토르트 식품이 포함된다. 신선식품으로 불리며, 편의점업계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이에 5대 편의점 업체들이 연일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모(29ㆍ서울 동대문구) 씨도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술을 즐기는 ‘노상족’ 중 한명이다. 취직하고 난 뒤부터는 주중에 술을 마시는 것이 부담돼 자주 편의점을 찾는다. 간단한 맥주와 편의점 도시락ㆍ떡볶이와 같은 제품을 즐겨 먹고 있다.

김 씨는 “슬라이스 족발이나 마른안주, 라면이 전부였던 편의점 안주에 이제는 떡볶이와 치킨 등 다양한 메뉴가 추가됐다”며 “술 자체가 일반 술집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찾게 된다”고 했다. 다른 직장인 마모(25ㆍ여) 씨도 “편의점 앞에서 음주를 즐기면 취하지 않고 간단하게 끝나서 좋다”며 “모디슈머(Modisumer) 제품들도 여럿 출시돼 천편일률적인 음식이 아닌 다양한 안주를 맛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 앞에 앉은 남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하지만 최근 일상이 된 노상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늦은시간까지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편의점 인근 지역 주민들이 몸살을 앓는 사례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자취생 김세운(29ㆍ서울시) 씨는 “집 앞 편의점에서 떠들면, 반지하에 위치한 내 자취방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들려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편의점주와 구청에 이야기해도 그때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간 소음에 대한 뚜렷한 처벌 규정이 없어 관련 지자체는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박상길 동대문구청 맑은환경과 계장은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서는 기계만을 소음의 대상으로 규정한다”며 “경범죄 처벌법이나 도로법으로 규제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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