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도 밖에 나와 호객행위 해보지만…
-“너무 올라, 돼지고기 갈비만큼 비싸져”
-폐업 가게도 등장…상인들 “답 없네요”
[헤럴드경제(춘천)=김성우 기자] “한명도 괜찮아요~ 맛없으면 돈 안받을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전국에 몰아닥친 지난 11일. 닭갈비 명소로 알려진 춘천 명동을 찾았다. 거리는 한적했지만 상인들의 호객행위로 소란했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쭉 늘어선 가게들에선 저마다 중년의 여성들이 서 있었다. 이들은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붙잡겠다며, 이렇게 외쳤다. 절박해보였다. 외국인이 지나갈 때면 “화닝(欢迎ㆍhuànying)”ㆍ“컴인, 웰컴(Come in, Welcome)”이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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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AI여파 이후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썩는 춘천 닭갈비 골목의 상인들은 다시금 AI여파로 닭고기 가격이 인상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적한 닭갈비골목 초입의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
현재 춘천에서 영업중인 닭갈비 전문점은 290여곳. 막국수집을 포함하면 350여곳인데 이들 업소들은 최근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다. 불경기 탓에 장사가 안되는데다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고기 도매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이라도 더 잡아보겠다며 주인들은 가게 밖으로 나온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와 축산품질평가원에 따르면 AI가 터지기 직전 닭고기 도매가격은 육계 1kg당 4250원이었다. AI여파로 지난 8일 3698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 추세에 비춰봤을 때 곧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상 AI가 전국을 닥칠때면 닭고기 도매가격은 소폭 하락하다 높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춘천과 같은 닭갈비 집들은 닭다리 위 허벅지살 일부를 닭갈비에 들어가는 육류로 한정해 쓰고 있어서 닭고기 가격이 오를 경우 그 피해가 더욱 크다.
이날 춘천 B 닭갈비 주인은 “닭갈비 고기에 들어가는 특수부위는 지난해 AI여파가 터지기 전에는 6만원 정도 했었는데 지난주 10kg당 8만8000원 정도했다”고 털어놨다. M 닭갈비집 주인도 “특수부위기 때문에 돼지고기 갈비가격이나 비슷한게 실정”이라며 “도매가격이 너무 올라서 1인분 팔아야 1000~2000원 남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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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닭갈비 골목의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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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로 나온 한 닭갈비 가게.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
급기야 폐업한 가게도 등장했다. 닭갈비 골목 초입의 한 업소가 부동산 업체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이에 인근 상점 주인은 “외손녀를 봐주며 용돈을 타쓰겠다고 문을 닫았다”며 “장사가 잘되면 보모를 둘텐데, 문을 닫고 애를 볼 정도로 어렵다는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긴급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12일 오전 0시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전국적으로 살아있는 닭ㆍ오리 등 가금류 유통행위를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 14곳을 포함해 전국에 AI 의심 농가가 35곳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날 가게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던 한 상인은 “가뜩이나 불경기 때문에 줄어든 매출, 닭고기 가격이 더 오르면 천치기(1인분 1000원대 매출)에서 전치기(100원대 매출)가 될 것”이라며 “또 다시 시작”이라며 혀를 찼다.
zzz@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