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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당신은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삶의 스트레스에 지쳐 찾아온 분을 많이 만난다. 그들에게 “어떻게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시나요”,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머뭇거리며 답을 못하다가 “생각해 보니 취미 하나가 없네요”라고 머쓱한 표정을 짓는 분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13년 여가 활동에 대한 통계청 조사를 보면 TV 시청과 휴식이 대부분이고 창작과 취미활동은 2.7%라고 한다.

삶의 만족도를 풍성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과 여가 취미활동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스트레스 감소 방법으로 단순히 일을 줄이거나 그만두는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실행할 경우 잠시 안락감은 느낄 지 모르나 곧이어 찾아오는 것이 권태로움이다. 권태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의 심장이 갑자기 정지할 위험도가 2배 이상 높다는 한 연구 결과도 있으니 바쁜 마음보다 더 건강에 해로운 것이 ‘권태로움’일 수 있다.

회사 업무와 자녀 양육 등 열심히 살다 보면 우리 뇌도 생물학적 기계이기에 피로 현상이 나타난다. 스마트폰도 방전이 되면 충전이 필요하듯 뇌에 담긴 마음도 지쳤을 때는 따뜻한 에너지로 재충전을 해주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하루 종일 고생했다고 불쌍하다며 가만둔다고 충전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일을 쉬는 것만으로 충전이 잘 되지 않는다.

뇌를 즐겁게 해주는 활동을 할때 지친 마음에 에너지가 차오른다. 일에 의한 스트레스는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취미활동을 해주어야 지친 마음이 회복될 수 있는데, 실제 삶에 있어서는 바쁘다 보면 하던 취미 활동도 뒤로 미루기 쉽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점점 더 지쳐 가는 ‘번아웃(burn out)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번아웃된 마음은 삶의 의욕도 떨어지고 창조적 사고와 공감 소통능력도 저하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모두 영화배우다. ‘내 인생’이란 영화를 찍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런데 배우가 자신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주인공의 시점이 아닌 관객의 시점에서 자신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사회 때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관객의 시점에서 내 인생을 종종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때 마음의 철학적 여유가 찾아오면서 따뜻한 에너지의 충전이 일어난다.

‘내 인생만 왜 이렇게 힘들어’라고 주인공 입장에서 느껴졌다면 관객의 입장에선 ‘나만 힘든가. 삶이 이런 것이지. 구석구석 행복하고 감사한 것들도 참 많구나’하며 생각하면 삶의 부정적인 요소보다 긍정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힘이 커지며 자존감도 튼튼해진다.

이런 변화를 일으켜 주는데 효율적인 방법이 자연과 문화와 나를 연결해주는 취미 활동이다. 우리 마음엔 자연과 문화에 나를 비추어주는 빔 프로젝터가 한 대씩 달려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을 즐기고 책을 읽고 공연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연과 문화에 비추어진 내가 나를 바라보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 때 자연스럽게 마음이 위로 받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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