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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세지는 美 통상 압력속에서 조직개편, ‘득’보다 ‘실’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외교부로 이관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다음달 열리는 임시국회에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서 외교부로 넘기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몇 개월간 통상업무가 ‘올스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다음달부터 미국의 통상 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는 조직개편으로 제때 대응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업무 공무원들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통상 조직을 흔드는 것이 적절한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반면, 지금과 같은 ‘실·국’ 단위의 조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는 통상압력을 버틸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장관→차관보급…낮아진 위상=2013년 1월 2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통상교섭본부의 통상교섭 및 통상교섭 총괄조정기능을 신설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했다.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되면서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에서 사실상 차관보가 이끄는 실·국 단위로 작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분야는 산하 기관이 적어서 산업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에너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협상력이다. 산업부는 협상이 주된 역할이 아닌 데다가 순환보직제도에 따라 보통 2년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다 보니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조직으로는 통상전문조직(무역대표부·USTR)을 갖춘 미국과 마주앉아 치열한 협상을 벌이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USTR는 1962년 특별법에 의해 설립, 통상 교섭은 물론 대내외 투자 등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입사 이후 줄곧 통상 관련 업무만 담당한다. 때문에 10~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 즐비하다. 수십 년째 특정 국가와의 무역 분쟁이나 다자 기구에서의 현안 등을 다루면서 핵심 이슈인지 훤히 꿰뚫게 된다. 미국이 어느 나라보다 통상 교섭 능력이 뛰어난 것도 이 같은 시스템 덕이 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산업부는 장관과 차관보가 잇달아 미국을 찾아 한미 FTA의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방미 후 산업부는 미국도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한미 FTA 재협상은 물론 종료까지 가능하다고 언급해 산업부의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 이로인해 불확실한 대외적 상황도 통상을 경제적 관점보다는 정치적·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나 중국의 사드 보복은 산업적 측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처럼 통상 전문 부처를 만들고 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현안 산적한데…고민 깊은 통상=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여기서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가 진행 중인, 모든 무역협상에 대한 재검토와 무역적자 분석 역시 올해 하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비롯해 진행 중인 양자·다자간 협상도 적지 않다.

이처럼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조직의 향방이 도마 위에 오른 통상 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1998년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2013년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계속 소속이바뀌는 ‘떠돌이’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통상은 결국 양국 산업 간 교류이기 때문에 외교부에 있을 때도 실무 협상에 산업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이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체결한 협상도 이행상황과 기업의 애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경제부처가 담당하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정기획위에서도 새롭게 FTA를 맺기보단 이미 맺은 FTA를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한데 통상 기능을 옮기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일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상 한 전문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파고는 더욱더 거세질 것”이라며 “이런 위기상황에서 조직개편으로 우왕좌왕하다보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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