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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멜로’ 조화… ‘귓속말’로 큰 울림
-드라마 ‘귓속말’ 인기리에 종영
적으로 만나 연인으로 파격 설정
달달한 멜로 아닌 어른스런 멜로
박경수작가의 통렬한 현실 반영
쫄깃한 반전에 몰입도 높여


요즘 장르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다. 장르물에는 통상 멜로가 없지만 SBS는 장르+멜로의 복합장르다. 하지만 23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멜로의 종류가 달랐다. 달달한 로코 스타일이 아닌 어른스러운 멜로이며 성숙한 멜로였다. 이보영의 이상윤을 향한 눈물의 키스와 수갑채우기. 그래서 그 멜로는 결코 장르물의 내용과 따로 놀지 않았다.

‘귓속말’은 돈과 권력을 남용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법비’(法匪)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 그들이 악용하던 법은 거꾸로, 그들에게 냉혹한 잣대가 됐다. 언제나 그렇듯 법비들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며, 자신이라도 빠져나갈 길을 찾았지만 어림없는 소리였다. 그렇게 모두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공부터가 자신의 죄를 까발리고 벌을 받은 후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협박에 못 이겨 단 한 번 청부재판이라는 정의롭지 못한 판결을 내린 판사 이동준(이상윤)이 그 죄를 되돌리는 과정을 담았다. 이동준의 마지막 대사, “앞으로 보이는 증거는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는 우리 사회에도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뻔하지 않은 권선징악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장르물, 법정물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기 어렵다”는 편견을 뒤집고 월화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귓속말’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통렬한 현실반영이 돋보였다. 마치 뉴스를 보고 있는 듯 착각이 들 만큼 현실적인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이는 드라마가 그리고자 한 기득권 세력의 치졸한 부정과 연결되며 시청자에게 강한 메시지와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방영 내내 시청자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던 쫄깃한 반전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박경수 작가 드라마를 흔히 ‘뒤통수 드라마’라고 한다. 한 회에도 대여섯개의 반전이 나오기도 해 드라마를 시청하려면 머리가 아플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종 몰입감을 이끌어내기에 머리를 잡고 시청할 수밖에 없다.

‘귓속말’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한 회에도 몇 번씩 입장을 바꿨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를 수십 번. 사람은 믿을 수 없고 다만 상황만 믿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펼쳐진 인물들의 두뇌싸움까지. ‘귓속말’은 이 모든 것을 쫄깃한 전개 속에 촘촘하게 담아내 몰입도를 높였다.

이상윤과 이보영간 어른 멜로가 나오면서 박경수 작가 표 멜로는 더욱 인상적으로 표현됐다. 적으로 만난 두 남녀가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는 동지가 되고, 연인이 되는 이야기. 이렇게 파격적인 설정과 전개는 더욱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칭찬할만했다. 이보영 이상윤은 물론 권율, 박세영 또한 악역으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남겼다. 이와 함께 김갑수, 김홍파, 김형묵, 조달환 등 명품배우들 역시 ‘귓속말’을 빼곡하게 채웠다.

‘귓속말’은 “장르물, 법정물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기 어렵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월화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것은 물론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는 등 대중적으로도 큰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토록 많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남긴 ‘귓속말’이다. 촌철살인 명대사들의 의미처럼 드라마 ‘귓속말’도 시청자에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을 긴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너무 많은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과 거듭되는 반전의 전개로 간혹 드라마에 구멍이 생기기도 했지만, 현실적 리얼리티와 드라마적 리얼리티를 모두 갖추고 이 정도의 밀도 있는 전개를 할 수 있는 박경수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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