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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안통해…시부모 갈등…” 서울 다문화가정 이혼율>혼인율
외국인과 혼인·이혼 동반감소
외국인 여성 권리보호 적극적
구별 출산 지원 ‘벤토’ 운영중

# 베트남 여성 A씨는 몇해전 일용직 노동자인 한국 남성 B씨와 결혼해 2살짜리 아이를 두고 서울에서 살고 있다. 얼마전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 친정을 다녀 온 부부는 이후 틈이 벌어졌다. 남편이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고 아이와 남은 A씨는 현지 병원에 갔다가 아이가 발달 지체를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A씨가 벌이를 위해 일을 다녔기에 아이는 한국에 잠시 온 베트남 외할머니 손에서 2년간 자란 터였다. 그런 A씨를 남편 B씨는 어릴 때 과정으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리있게 설득하고 싶었지만 A씨와 말이 통하지 않아 부부싸움이 계속됐다. 부부는 결국 구청 다문화지원센터를 찾아 부부 관계 상담과 한국어 교육 등을 받으며 이혼 위기를 극복 중이다.


외국인과의 혼인도 흔해졌지만, 이혼은 그보다 더 빈번하게 벌어진다. 24일 서울시의 혼인ㆍ이혼 통계분석을 보면,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1만7777건이며, 이 중 외국인과의 이혼이 1637건으로 9.2%를 차지했다.

작년 총 혼인건수(5만7643건) 중 외국인과의 혼인(4564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7.9%다. 이혼 비중이 혼인 비중 보다 1.3%포인트 높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 혼인 비중은 제주(9.4%)가 가장 높고, 이혼 비중은 서울이 최고다. 서울의 외국인 이혼 비중은 ▷2011년 12.9% ▷2012년 11.8% ▷2013년 11.2% ▷2014년 10.7% ▷2015년 9.6% 등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외국인과의 이혼은 남자 쪽이 한국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지난해의 경우 62.2%가 한국남자와 외국여자였다. 한국여자가 외국인 남자와 이혼한 경우는 37.8%였다.

이혼한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중국(59.7%), 베트남(13.9%), 일본(5.3%) 순이다. 이혼한 외국인 남편의 국적은 중국(46.7%), 일본(2.18%), 미국(14.1%)순이다.

관악구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이혼 배경에 대해 “배우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해서 들어오면 의사소통이 어려운데다 문화적 차이, 특히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 성격 차이, 경제적인 문제 등에서 갈등을 겪기 쉽다”며 “다만 여러 경로를 통해 베트남 등 현지에도 한국인과의 결혼 실패 사례들이 많이 알려지고, 우리 정부가 한국어 능력 검증 기준을 높여놔서 국제 혼인 자체가 감소세”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을 하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이혼의 귀책사유가 가정 폭력 등 남편에 있는 경우가 아니고선 자녀 양육을 조건으로 한국에 남아있기 어려워 이를 악용하는 남자들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타국에 홀로 결혼해 올 정도로 진취적인 여성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 보호에도 적극적이고, 출신국 커뮤니티도 발달해 끼리의 유대감, 결속력이 강하다”며 “이혼 상담이 꾸준하게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다문화 가정 여성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해 안착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시는 ‘다문화 가족 출산 전후 돌봄서비스 사업’의 하나로 의료 통역을 돕는 ‘벤토(Vento)’를 운영 중이다. ‘Volunteer’와 ‘Mentor’의 줄임말인 벤토는 의료 통역, 다문화가족 지원 프로그램(건강강좌, 출산교실 등), 통역 지원, 자료 번역, 정보제공, 정서적 지지 등의 역할을 한다. 특히 같은 언어권 출신 벤토는 산후 여성에게 고향에서 먹는 산후 음식을 만들어 주는 등 정서적 지원 효과가 큰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벤토로 활동할 결혼이민여성을 25일까지 모집한다.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언어권을 찾으며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이어햔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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