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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는 축제 중①]“학생이 주인” vs “연예인 없이 흥 안나”…대학축제 ‘갑론을박’
-대학 평균 연예인 섭외에 3400만원
-일부는 기업스폰 없애…섭외 난항
-학생 중심 축제 “재미없다” 불만도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로명 기자]기업의 후원을 받아 유명 연예인을 큰 돈 들여 부르는 것이 반복되며 상업화됐다는 비판을 받은 대학 축제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연예인 초청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인해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며 학생들의 불만도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본격적인 봄 축제 시즌을 맞아 많은 대학에선 인기가수 섭외 경쟁이 과열되면서 축제의 본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대학에선 총학생회 등 축제 주최측이 중심이돼 연예인 섭외를 최소화하거나 기업의 후원을 줄여 학생이 중심이되는 축제를 꾸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지난 22일 고려대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양관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대표적인 학교가 바로 한양대 서울캠퍼스다. 한양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 기업 홍보 부스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공간을 기업들에게 내주는데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대신 교비만을 활용해 축제를 치르다보니 다른 대학들에 비해 활용 자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고, 고액이 드는 유명 연예인 섭외가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총학생회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2013~2015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비용은 평균 43%(약 3411만원)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 서울 소재 대학 축제 기획단 관계자는 “연예인 섭외비의 경우 한 팀당 일반적으로 1000만~3000만원이 들고, 일명 A급 연예인의 경우 5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며 “연예인을 축제에 섭외하는 많은 대학에서는 연예인 섭외 비용만으로도 1억~1억5000만원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학생회의 움직임을 두고 비공개 SNS 커뮤니티 ‘대나무숲’ 등에선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취업난 등으로 인해 각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축제를 통해 그나마 대중문화나 소비문화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막아버리는 것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한양대생 박모(25) 씨는 “총학생회가 몇년전부터 대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이유로 외부기업의 스폰서를 받지 않는데, 이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총학생회만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학비 낭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기업 스폰서로 축제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지원은 물론 별도로 판매하는 입장권 대금 등을 바탕으로 거액의 연예인 섭외 비용을 충당하는 학교의 경우에도 논란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학교 고유의 문화와 재학생들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야한다며 취한 축제 주최측의 조치에 대해 학생들이 ‘축제분위기’를 망친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지난 23일 오후부터 내린 폭우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교정에서 열린 축제 무대엔 많은 학생들이 우비를 입고 참가해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 상엔 축제인 ‘입실렌티’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명단을 사전에 비공개한 축제 주최측인 응원단의 결정을 두고 “입장권을 구매한 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응원단측은 “입실렌티는 가수의 공연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고대의 응원문화를 공유하고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라며 “연예인 라인업이 공개될 경우 특정 가수만을 보기 위한 게릴라 관중의 유입이나 대포카메라로 인한 안전문제, 행사의 본질을 흐리는 암표 성행 문제 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논쟁을 두고 정학섭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의 지원을 받아 풍족하게 축제를 진행하고, 유명 연예인을 초청해 만족을 느끼려는 학생들의 욕구을 무작정 비판만 할 수는 없지만 대학 축제가 자본주의에 함몰된 나머지 지나치게 소비 위주의 분위기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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