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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서울역사에 시간여행 ‘웜 홀’ 열리다
시간·공간 주제 전시·공연 등 재구성
‘프로젝트 284:시간여행자의 시계’전시


옛날 서울역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천정 높은 곳에 달린 오르골 소리가 청아하다. 잔잔한듯 맑은 멜로디는 어릴적 엄마 화장대 위에서 들려왔던 보석함을 떠올리게 한다. 달큰한듯 약간은 독했던 분냄새의 기억도 소환한다. 바닥엔 아크릴로 제작된 초목들이 군집을 이뤘다. 뾰족뾰족한 것부터 동글동글 한 것 까지, 키가 큰 것부터 바닥에 얕게 이끼처럼 깔린 형태까지 제각각이다. 뒤쪽 구석엔 브라운관 볼록한 오래된 TV가 쌓였다. 낡은 화면에는 오래된 방이 담겼다. 홍범 작가의 ‘흘러내리는 상념’, ‘기억의 잡초들’, ‘방안의 방’이다.

서울역에 시간여행 ‘웜 홀’이 생겼다. 근대문화유산인 서울역의 과거와 현재의 예술이 만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 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 284가 주관하는 ‘프로젝트 284: 시간여행자의 시계’전이다. 지난 17일부터 문화역서울 284전관과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시와 공연, 건축, 영화 등 재구성한 ‘융ㆍ복합 문화예술 행사’로 풀어냈다. 총 28팀 10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76점의 시각예술작품을 비롯 11개 공연예술가가 연극, 낭독, 강연, 무용을 선보이며 관객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공간은 크게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개 주제로 나뉜다. 전시를 총괄한 신수진 예술감독은 “시간을 여행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면과거와 현재와의 만남과 현재와 미래의 만남을 들 수 있다.

전자는 ‘기억’에 의존하고 후자는 ‘상상’에 의존한다”며 “과거를 가슴에 품고,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를 즐기며 나아가는 시간여행자가 되어 전시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억을 소환하는 ‘과거’섹션과 달리 ‘미래’는 작가의 상상력이 극대화 된다. 프랑스 출신인 올리비에 랏시(Olivier Ratsi)는 RTO에서 ‘델타’를 선보인다. 두개의 입체적 구조물에 투사된 붉은 영상과 선, 그리고 미래적 사운드는 시간과 공간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랏시는 “시공이 뒤틀리고 사라지는 블랙홀을 마주한다면 이런느낌이지 않을까 싶다”며 “시공을 초월한 세상에 발을 딛는 듯한 환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섹션은 시간여행자가 발딛고 서 있는 현재의 영역에 관한 이야기다. 건축가 김사라와 강소진은 서울역 아치모양 출입구를 모티브로 한 구조물을 광장에 설치해 문화역과 현대의 도시풍경을 섞어 제시한다. 하석준은 자신이 수행한 퍼포먼스를 인터렉티브 오브제로 제작했다. 커다란 LED판넬을 진 수도자와 같은 설치물은 종교적 영원성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LED판넬에 비친 관객은 자신이 나오는 화면이 재미나기만 하다. 이를 통해 ‘관객의 놀이’라는 세속적 순간성이 교차된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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