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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사별… 결혼이민여성 어려움에 내몰린다
다문화 한부모 3년새 70~80% 급증
경제상황 열악…자녀양육 큰 부담


#1. 20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 A(45) 씨. 그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2년 전 세 자녀를 데리고 이주여성쉼터로 ‘피신’했다. 오랜 고민 끝에 지난해 이혼한 그는 직장도 살 곳도 없었다. 한순간에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 가족으로 전락했다. 그는 한달 수급비 70만원과 영어 과외로 버는 60만원으로 대학생, 고등학생,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힘겹게 뒷바라지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쉼터에서 임대해주는 월세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올해가 지나면 쉼터마저 떠나야 한다.

#2. 17년 전 한국에서 살림을 차린 중국인 B(50) 씨는 5년 전 급성 백혈병으로 남편을 갑작스레 잃었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월세집과 세 아들 뿐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B씨 마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경황이 없던 당시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셋째 아들은 정서 문제로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B 씨 가족이 현재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기초생활보장급여비다.

다문화가정 100만명 시대를 맞은 가운데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다문화 한부모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다문화가족의 구성 변화와 정책 대응 다각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결혼이민자의 혼인상태별 집단 규모 증감율이 가장 두드러진 집단은 혼인 상태가 사별이거나 이혼ㆍ별거인 여성이였다. 2015년 배우자가 있는 여성은 21만7700여명으로 집계돼 2012년 대비 5.7% 늘어난 반면 사별한 여성은 8800여명으로 3년 새 82.4% 급증했다. 이혼ㆍ별거한 여성도 1만8400여명으로 같은 기간 70%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다문화 양부모 가정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혼ㆍ별거ㆍ사별을 겪은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평균 가구 소득은 100~200만원이 53.9%, 100만원 미만이 33.4%로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약 87%가 평균 200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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