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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대통령 ‘외고ㆍ자사고 폐지’ 공약…현실화 가능성은?
-전국 84개 외고ㆍ자사고, 일반고 단계적 전환 예상
-사교육 약화 효과 두고 찬반입장 ‘팽팽’
-외고ㆍ국제고ㆍ자사고, “공약 단계지만 긴장 속 예의 주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문재인 정부에선 학교서열화와 학력에 따른 철폐를 주요 공약을 내세운만큼 이에 따른 각종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교육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가운데 구체적인 공약의 형태로 제시된 것이 바로 ‘입시명문고’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의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를 점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해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고교서열화’로 인한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고교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학부모들.[헤럴드경제DB]

하지만, 이 같은 정책 방향의 교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기회 불평등을 조장하는 고교서열화를 해소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사교육 절감의 효과가 크지 않을뿐만 아니라 또 다른 사교육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고 내 양극화를 비롯해 또 다른 고교서열화 구조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도 나온다.

여기에 해당 학교들에 소속된 학생ㆍ학부모ㆍ동문들의 반발은 물론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반발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특목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사교육 문제’ 해결할 ‘전가의 보도’ 될까?=문 대통령, 후보시절 유권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체능학교나 과학고는 대체로 설립취지에 맞게 가고 있지만 다른 특목고들은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처럼 됐다”며 “입시명문고에 들어가기 위해서 지금은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에 매달리는 만큼, 입시명문고로 변질한 특목고는 전부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서열화를 없애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특목고 가운데 외고와 국제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자사고 역시 입시명문고로 변질됐다며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에 외고는 31개교, 국제고는 7개교. 자사고는 46개교(전국단위 10개교, 광역단위 36개교)로 총 84개교가 문 대통령이 이야기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 대상이 된다.
서울시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교육 현장에선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송파구 한 현직 중학교 교사는 “외고 입시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줄어드는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서열화된 대학체계 속에서 고입을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시장은 일부분에 불과한 만큼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특목고 및 자사고에 대해 학생ㆍ학부모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게 만들었던 일반고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내 A 외고 관계자는 “평준화지역보다 비평준화지역, 공립보다 사립 일반고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교실 내 학생간 학력차가 더 크게 발생하면서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상위권 학생들은 학교교육에서 부족하다 느낀 점을 사교육을 통해 얻으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고 전환이 예상되는 특목고의 입시 전형 자체가 이미 사교육의 영향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많이 변화해왔다는 점도 사교육 절감 효과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외고나 국제고의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선 면접평가 이전 서류평가 과정에서도 면담을 실시할 수 있는 과학고와 달리 반드시 2단계에서만 면접 실시가 가능하다. 중학교 내신 중 영어만을 평가할 수 있는 외고의 경우 중2 성적은 절대평가에 따른 A(90점 이상)~F(40점 이상) 체제다보니 사실상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의 경우 학교별 지필고사가 금지된데다 교외 수상실적이나 어학점수 기재 역시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5~10분에 불과한 면접을 위한 사교육이 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목고ㆍ자사고 반발 심화…“붕어빵 교육으로 회귀”=대입에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평가된 각종 전형이 줄어들고, ‘학생부중심전형’으로 수시가 전환되며 이들 학교에 대한 관심 역시 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외고나 국제고에 유리한 것으로 인식된 ‘어학특기자전형’이 대폭 줄고 있고,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과목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는 상황이다보니 외고 경쟁률은 2015학년도 2.31대1에서 2016년도 1.94대1, 2017학년도 1.55대1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목고들에 비해 자사고의 경쟁률은 높은 편이지만 역시 경쟁률이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진학사 관계자는 “최근 수시가 학생부중심전형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일반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반면 외고와 국제고의 인기는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능 절대평가나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및 논술폐지 등의 공약은 외고나 국제고, 자사고에 대한 관심 및 지원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험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무리한 정책 추진보다 설립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제도를 보완하며 존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의 교육공약이 구체화될 수록 자사고와 외고ㆍ국제고 구성원들의 반발이 높아지는 것도 난관이다.

당장 서울특별시교육청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고입 시기인 2019학년도에 맞춰 자사고와 특목고의 학생선발권을 박탈하고 추첨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말이 나오자 교육 현장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실무근이라며 일단 봉합하고 나선 상태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정문 모습.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오세목 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은 “30여년간 지속된 평준화로 인한 ‘붕어빵 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자사고 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15년간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향상시키며 순항하고 있는 제도를 무조건적인 평등이념을 들이대 과거로 유턴하려는 것은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퇴보”라며 “학생ㆍ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에 더불어 독립적인 재정을 운영해 연간 1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공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사고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사교육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마녀사냥‘식의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전국 자사고는 금주 중 전체교장협의회를 개최해 자사고ㆍ특목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 공약에 대한 대책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학부모와 재학생, 동문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B 외고를 졸업한 직장인 이모(30ㆍ여) 씨는 “열심히 노력해 입학한 학교인데다 졸업 이후에도 해당 학교를 졸업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는데 한 순간 학교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황당하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전통을 쌓아온 학교가 마치 사교육 확대의 주범으로 몰려 폐지 논란까지 겪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C 외고 졸업생인 직장인 김모(25ㆍ여) 씨는 “개인적으로는 고교 교육에 대한 기회의 평등 제공과 입시로 인한 사교육 확대를 막기 위해 설립취지와 엇나간 특목고 등에 대한 조정을 한다는 문 정부의 대의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총동문회 등을 중심으로 개교한 지 약 35년이 지나며 이제야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교가 갑자기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을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 수준의 문제제기가 이뤄진 만큼 연구용역 등을 통해 충분히 검토를 한 후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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