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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규직 전환 요구 빗발, 노동시장 개혁 뒤따라야 가능
각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으로의 전환 요구가 봇물이다. 이미 예상한대로다. 서울대 교무 학사 행정 등에 투입되는 계약직 비학생 조교 130여명은 정규직에 해당하는 대우를 요구하며 아예 총파업에 들어갔다. 17만명에 이르는 전국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과 택배원, 정부청사 환경미화원, 공공기관 요일제 근로자 등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청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0)시대를 열겠다”는 언급에 따른 여파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업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똑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의 54%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차별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300명 이상고용하는 대기업 근로자의 42%가 비정규직이다. 공공기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35개 공기업의 전체 직원 17만1659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5만7031명(CEO스코어 자료, 3월말 기준)으로 33.2%에 달한다. 3명중 1명꼴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어떤 형태가 됐든 대수술이 화급한 시대적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환부가 넓고 깊은 것은 아는데 이를 도려낼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호 국정 과제인 일자리위원회에 비정규직 단체도 참여시키기로 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공공부문만 해도 쉽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는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은 없는 상태다. 더욱이 332개 공공기관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101곳 뿐이다. 결국 공공기관 비정규직 ‘0’는 세금으로 해결하거나 공공 서비스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국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물론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파격적 양보가 전제된다면 가능하다. 정규직에 대한 보호장치를 확 낮춰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주면 된다. 하지만 철밥통 정규직이 수용할리 만무하다. 무턱대고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면 기업은 되레 비정규직 자리마저 아예 줄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자는 문 대통령의 선의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의욕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면밀한 계획을 토대로 시장 환경을 고려하며 하나씩 차분히 풀어갈 문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노동개혁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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