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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스테이트 암사, 미분양인데 밤샘 대기… 왜?
청약인기 불구 부적격자 당첨
11ㆍ3대책 이후 유사사례 급증
실수요자 기회침해 등 문제점
사전 필터링 시스템 구축 시급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16일 이른 새벽 서울 강동구청역 인근 ‘힐스테이트 암사’ 모델하우스 앞에는 두꺼운 복장을 한 수십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선착순으로 분양을 하는 이 아파트의 미계약 잔여 물량을 얻으려는 이들이었다. 미분양분을 위해 밤샘 대기열까지 늘어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동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암사는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 중 가장 높은 12.25 대 1의 평균경쟁률로 분양 시장 훈풍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꼽혔다. 한강 생활권과 강남 생활권을 함께 누릴 수 있고, 이 지역에서 10년 만에 분양되는 새 아파트라 실수요자가 몰렸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설명=힐스테이트 암사는 지난달 청약을 접수해 평균 12.25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25%가 넘는 부적격자로 인해 미분양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달 이 아파트의 청약 현장.]

그럼에도 미계약 물량이 20여 세대나 나왔던 것은 저층부 등 비인기 동호수에 당첨된 이들이 계약을 포기한 이유 외에도 청약 부적격자들이 당첨된 비율이 높았던 탓이다.

시공사인 현대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첨자 가운데 청약 부적격자가 25% 이상 있었다”며 “내집마련 신청자 추첨 등을 거쳐 현재는 95% 이상 계약이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청약 부적격자는 지난해 정부가 ‘11ㆍ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청약자격을 대폭 강화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37곳의 ‘조정대상 지역’에서 1순위 청약자격을 세대주로 제한했고,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하거나 최근 5년간 당첨된 적이 있는 세대주와 그 세대원은 1순위에서 배제시켰다.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이들이 청약에 나서면서, 높아야 10% 안팎이던 부적격자 비율이 20%를 훌쩍 넘게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리오센트’나 관악구 봉천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등에서도 20%가 넘는 부적격자가 나왔다.

청약 부적격자의 증가는 원래 당첨 자격을 가진 사람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예비당첨자 비율(20%) 이상으로 부적격자가 나오면, 청약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이들에게 기회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또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추가 분양에 따른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당첨됐다가 탈락한 부적격자 역시 청약통장을 다시 쓸 수 없게 되고,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정부가 부적격자 발생을 막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당장은 강화된 자격 기준을 인지하도록 계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지만, 향후 자격이 안되는 이들을 해당 순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시스템화하는 대책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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