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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김다은 소설가 · 추계예술대 교수] 중심성 맥락망막염

  • 기사입력 2017-05-16 11:14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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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뿌옇게 흐려 보이면 흔히 미세먼지 탓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외출할 때 선글라스나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나간다. 시야가 흐린 이유가 자신의 눈 때문이라고 여기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근시, 원시, 난시, 백내장, 녹내장뿐만 아니라, 특히 중심성맥락망막염이 원인일 수 있는데 말이다. 중심성맥락망막염은 안구 중심에 부종이 생겨 가운데가 뿌옇게 보이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아무리 정확하게 보려 해도 사물의 일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박성원의 단편소설 「중심성맥락망막염」에서 환자가 자신의 고통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는 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자신감을 차츰 잃어갔습니다. 제가 이 병을 겁내고 또한 지독하다고 느끼는 것은 제가 보고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사물을 보거나 혹은 책을 읽더라도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확인하지 않으면, 제가 본 것이 과연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점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피곤한 날이면 길을 가다가도 모르는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물어 제가 보고 있는 것이 정상인지 확인하곤 했습니다.(……) 항상 불안했고 또한 항상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본 것이 진실인지, 제가 본 것이 과연 전부인지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이 소설은 정신과 의사와 그의 친구가 ‘구더기 사내’라는 별명을 가진 특이한 남자를 상담하는 형식이다. 중심성맥락망막염을 앓았던 사내는 눈앞에 펼쳐진 계단들 중 하나가 보이지 않거나, 의사의 손에 들린 볼펜은 보이지 않고 흔드는 손만 보이거나, 눈앞에 있는 약도 보이지 않아 먹을 수 없는 신세였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상담이 끝난 후 정신과 의사와 친구가 환자와 헤어질 때의 순간이었다. 그들은 원형탈모를 가리도록 그 환자에게 모자를 사서 쓰라고 조언하면서 머리를 만지게 된다. 그런데 반들거리는 피부대신에 텁수룩한 머리카락이 만져졌다. 중심성맥락망막염 환자를 “일목요연하게 미친” 자로 여기던 그들도 중심성맥락망막염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한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 한 대가 그들을 전혀 보지 못하고 스치며 지나갔던 것이다.

소설은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 병에 걸렸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아마 그래서 보이는 것이 전부인지 알 수 없고 진실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한 모양이다. 차 키가 잘 보이지 않거나 휴대폰이 순식간에 사라지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실재하는 것인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진짜 중요한 부분을 놓치며 살고 있다는 의심이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처럼 읽고 있는 소설의 몇 줄이 보이지 않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설령 이 병에서 치유된다하더라도 또 다른 병에 걸릴 가능성을 작가는 암시하고 있다. 치유된 이가 보는 진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0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당연히 있는 것처럼” 여기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창밖이 유난히 흐릿한 이유가 결코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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