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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등골 빼먹고…배부른 민자기숙사
대학 기숙사 대란 ①
주요 사립대 수요 많아 고비용
민자펀드 연간수익률 7% 넘어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상아탑이 ‘등골탑’이 된지 오래다. 하숙ㆍ자취비를 걱정하는 ‘원룸푸어’도 등장했다. 기숙사에 들어가는 ‘행운’도 옛말이다. 번듯하고 세련된 새 기숙사의 한 달 비용만 수십만원이다. 결국 ‘지옥고’(지하ㆍ옥탑방ㆍ고시원) 행(行)이다. 주거난이 성인식이란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헤럴드경제는 3회에 걸쳐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책임져야할 대학 기숙사가 주거난의 요인이 된 이유와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2005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 개정으로 대학 부지내 민간이 기숙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땅은 있지만 기숙사 지을 돈이 없는 학교는 민간 자본을 이용할 수 있어 좋고, 건설사는 시공 후 운영에 참여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반겼다. 건설비용을 대출해주는 금융기관도 꼬박꼬박 장기적으로 수익을 받을 수 있으니 손해볼 것 없는 장사처럼 보였다. 국립대는 권역별로 정부와 대학이 임대료를 책임지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사립대는 대부분 최종이용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기숙사를 지었다.     

그런데 신입생이 줄을 선 유명 대학교들이 민자기숙사를 선택하면서 엉뚱한 결과가 나타났다. 공실 걱정이 없어지면서 가격을 올리면 그대로 임차인 부담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대학교육연구소 조사 결과 연세대의 민자기숙사 1인실 한달 비용은 65만5000원으로, 1년(786만원)으로 따지면 사립 일반대 평균 등록금(737만원)보다 비쌌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각 대학교 총학생회가 나서 대학에 기숙사 비용 책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대학의 답변은 ‘경영상 비밀’이었다. 정부공개청구소송 끝에 지난 3월 연세대, 건국대 등의 민자기숙사 정보가 일부 공개됐다.
  

법원 판결에 따라 일부 공개된 고려대의 민자 방식 기숙사 정보를 보면 기숙사비의 약 80% 가량은 기숙사 건립을 위한 대출금과 이자 상환에 쓰이고 있다.

2006년 건국대 기숙사 설립 재원 마련을 위해 출시한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펀드는 7%대 안정적인 연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모를 통해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이보다 높을 것이 분명하다. 이보다 앞서 2005년 설정된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펀드’는 출시 당시 목표수익률 7%를 내걸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는 기숙사 입실률을 연간 75% 이상 보장했다. 강남대의 민자기숙사의 2인실 한 달 비용은 29만3000원에 달한다.
 

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기숙사 수용률은 나아지지 않았다. 3~4인실로 구성된 기존 기숙사를 허물고 그 자리에 1~2인실짜리 새 기숙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고려대 기숙사 실수는 2009년 669실에서 민자방식 기숙사(프런티어관)가 완공된 2011년 984실로 늘었지만 수용률은 8.8%에서 6.7%로 되레 줄었다.

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14년 회계연도 기준 사립대의 건축적립금 누적액은 3조7383억원에 달한다. 대학이 직접 기숙사를 지을 돈이 충분한 것이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학교는 건축적립금을 사용해 현재 운영되는 민자방식 기숙사를 조기에 직영으로 전환해야 하며 정부는 기숙사비가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실태조사를 벌여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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