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氣UP, 기업이 미래다②] ‘최순실 사태’ 그후… 정부-기업 관계 이젠 바뀌어야 한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최순실 사태 이후 정부와 기업 사이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율적인 기업과 행정·입법 권력 간의 건강한 긴장 관계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많다. 특히 한국적 고질인 ‘정경유착’ 근절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고 강조했한 바 있다. 대통령 탄핵과 그에 이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한 원인 중 하나가 ‘정경유착’이었던만큼, 문재인 정부에선 과거 어느때보다 ‘권력과 돈’의 은밀한 뒷거래에 대한 강도높은 감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정경유착’이 오랜 비판과 법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돈과 권력 서로에게 이득이 돼왔던 현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돈은 권력이, 권력은 돈이 필요했던 것이 현실이고 이 때문에 둘은 공생하며 그 덩치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공생이 가능케했던 문화·제도적 토양을 없애지 않고서는 정경유착 근절은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1. 지난 2014년 9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A기업 대관팀에 비상이 걸렸다. 한 야당 의원이 A기업 오너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겠다 밝힌 것이다. 해당 의원이‘갑을관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A기업의 경영을 갑을 관계로 보고 기업 오너를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A기업 대관팀은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 수억원어치의 투자 약속을 한 다음에야 증인 채택 철회를 약속받을 수 있었다.

#2. 지난 1988년 국회 5공 비리 특별위원회.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일해재단 모금과 관련 “기부금을 내라고 하니 내는 게 편하게 사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도 “분위기상 내지 않으면 안 될 강제성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와 기업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종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첫번째 사례처럼 권력은 기업의 약점을 잡아 권력을 돈으로 바꿔먹고, 이보다 더 먼 과거에는 기업이 권력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먼지떨기식 수사, 세무조사 등 전방위적 보복이 쏟아지기도 했다.

▶권력은 내려놓고, 기업은 법지키고=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돈을 벌어 이 가운데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돈을 벌기 위해 인원을 고용해 일자리도 창출한다. 이외의 모든 활동은 부가적이다.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청년희망펀드 조성이나 미르재단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등의 행위는 모두 권력 우위를 가진 정부가가 기업을 압박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올해 2월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지금 기업을 비난하는 정치인들은 앞으로 집권했을 때 기업에 손 안내밀고 정치와 경제를 꾸려갈 수 있겠느냐”고 일갈한 것은 민주정부를 포함한 지금까지의 모든 정부가 해왔던 과거 행적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특히 정부측은 기업에 준조세 성격의 자금 출원 요청을 말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에선 정부가 여전히 기업에 손을 벌리려하는 유혹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가 예산의 경우 국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의석 대로라면 자유한국당(108석)이 반대할 경우 국회에서 예산안 통과 자체가 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국회 절차라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인 ‘기업 갹출’을 검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권력 역시 손쉬운 길을 택하려는 과정에서 기업들에 자주 손을 벌려왔다. 현 집권 세력은 이같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역시 법 테두리 내에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정경유착이란 단어 자체를 소멸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대통령이 집권한만큼, 정부측에 더이상 ‘총수 사면 민원’ 등을 넣을 여지도 크게 좁아졌다. 이른바 ‘법대로’ 경영이 최선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공정위 조사국 부활… 재계 ‘긴장’ = 재계가 새 정부들어 유독 긴장하고 있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내 조사국을 부활시키겠다는 움직임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공정위 조사국은 재계의 위기감이 가장 극대화 되는 지점이다. 조사국은 1996년 처음 만들어졌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5년 12월에 해체됐다. 조사국은 조사 인원만 30~40명에 이르는 조직으로, ‘재벌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불린 바 있다. 조사국은 일감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가뜩이나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노출된 현재 상태에서 조사국 부활까지 추진하는 정부가 들어서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취임초기 권력의 예봉이 가장 강할 때인터라 드러내놓기는 어렵지만, 그룹 계열사별로 내부 거래 규모 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방향은 좋은데 속도가..” 노동개혁 우려감= 문재인 정부하에서 추진중인 노동개혁 부문에 대해선 속도에 대한 우려감이 재계 안팎에선 높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민간부문에선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기업부담이 너무 급격히 올라갈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연봉을 정규직 연봉의 75%수준으로까지 높이겠다는 비전을 발표해둔 상태다. 이는 현재(65%)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것으로, 이렇게 될 경우 비정규직의 평균 1년 연봉은 260만원 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는 고스란히 기업에는 부담이 되는 비용이 된다.

특히 타격을 받는 곳은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속도 조절론이 신중하게 퍼지고 있다. 여기에 기업에 있어 경직성 비용 부담이 커지면 결국 기업들은 고용 자체를 줄일 가능성도 커진다. 사업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수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불안한 고용환경과 정규직의 임금·고용 경직성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