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사회 ‘벌거벗은 생명’ 흑인-아시아인김성환 작가, 그들의 연대지점을 묻다
이수경작가, 깨진도자기로 龍 창조
본전시 초청 한국인 두작가 주목


[베니스=이한빛 기자]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의 스타일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전시는 바로 국제전(본전시)이다. 크리스틴 마셀 총감독은 51개국에서 120명의 아티스트를 선정, ‘Viva arte Viva(예술만세)’라는 주제 아래 선보였다. 한국작가는 김성환(42)과 이수경(54)이 초청됐다. 김성환 작가는 미국사회에서 약자로 이해되는 흑인과 그보다 더한 약자인 아시아인의 교감을 담은 영상물을, 이수경 작가는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 신작인 ‘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을 선보였다. 헤럴드경제는 이 두 작가를 전시가 진행되는 자르디니 특별관과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각각 만났다.

▶김성환 “약자의 이야기, 그리고 기록마저도 없는 약자” =김성환의 작품 ‘러브 비포 본드(Love before Bondㆍ구속 그 이전의 사랑)’는 본전시의 ‘기쁨과 공포’ 섹션에 자리잡았다. 미국사회에서 끊임없는 인종차별을 당해온 흑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보다 더한 약자인 아시아인의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가 강자와 약자로 나뉜다면, 약자의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기록이 됩니다. 예를 들면 흑인 남자가 재킷 안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총을 꺼낸다는 오해를 받고 그래서 죽음을 당하기도 하죠. 이런 이야기는 기사화되고 사회에 이슈를 남깁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약자도 분명 존재하지요. 아시아인들이요.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어느곳에서도 다루어지지 않죠. 약자보다 더 한 약자, 그들을 통해 약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는 작가는 “사과를 원하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약자와 더 한 약자의 억압-경쟁관계가 아니라 둘의 소통과 연대의 지점을 발견한다. 작가의 여자 조카와 아프리카 수단 출신 소년 등 2000년에 태어나 지금 사춘기를 겪으며 미국사회에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이수경 “도자기라는 유약한 재료로 강한 괴물 창조” =이수경 작가는 ‘전통 섹션’에 초대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신기한 나라의 아홉 용’은 ‘번역된 도자기’시리즈를 그대로 이어가지만 무게 1.5톤 높이 5미터로 그 규모면에서 단연 최고다. 깨진 도자기를 이어붙여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그는 도자기를 모으면서 용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나게 됐다고 한다. 신작은 아버지가 용이고 어머니가 다른 동물(개ㆍ사자ㆍ염소 등)사이에서 태어난 9마리 ‘혼혈 용’이라는 중국 설화를 차용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자기 400~500개는 족히 사용한 것 같다”며 “도자기라는 깨지기 쉬운 재료로 용이라는 강하고 초월적 괴물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11일 오후에는 작가가 직접 연출한 ‘태양의 궤도를 따라서’라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크리스틴 마셀이 상당한 흥미를 보이며 공연을 직접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퍼포먼스는 1회로 끝나나 이를 촬영한 영상물은 비엔날레 기간 내내 상영된다. “한국 전통음악과 전통무용이 만나고, 보디빌딩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 이 공연으로 전통이 간직하고 있는 기이한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전통을 향한 탐색을 그치지 않되, 전통 자체에 갇히지 않는 예술가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