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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프업 강소기업⑨] 천종윤 씨젠 대표 “분자진단 시장의 마이크로소프트(MS)로 도약할 터”
- 분자진단의 대중화…‘바이오 산업혁명’ 이끈다
- 기술 완성→시장 개척 “실적 개선세 가속화 예상”

[대담=윤재섭 산업투자2섹션 에디터] “임상시험과 인허가, 제품 생산, 품질관리 등 분자진단 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약개발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내년까지 신제품 100개를 개발해 낼 계획입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만난 천종윤 대표는 진단시약 시장의 세계 제패가 머지않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1시간 반 남짓 인터뷰 동안 천 대표에게 던진 질문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었다. 연매출 800억원도 안 되는 회사(씨젠)의 시장가치(시가총액)가 9000억원을 웃돌고 있는 게 의아했기에, 일부러 꼬치꼬치 캐물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림없이 시종일관 자신있게 답했다. ‘분자진단’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그간 씨젠이 연거푸 거두었던 신기술 개발 성과에 고무돼 있는 빛이 역력했다. 분자진단은 대표적인 체외진단 기법으로,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분자 수준 변화를 검출해 질병 등을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병리적 변화를 간접적으로 판독하는 혈액 · 소변검사보다 정확도가 높고 조직검사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울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만난 천종윤 대표는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분자진단 시장을 깨우고, 대중화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천 대표는 “아직은 비싼 가격 때문에 극소수 환자만이 분자진단을 받고 있지만, 분자진단을 도입하는 게 의료비용을 삭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정부가 알게 되는 날, 씨젠의 위상은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자진단 비용을 낮추고, 이를 대중화해 ‘바이오 산업혁명’을 일궈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어떤 분야에 주력하고 있나.

△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는 작업이다. ‘시약개발 자동화’, ‘프로젝트 100’, ‘원 플랫폼 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약개발 자동화’는 임상시험과 인허가, 제품 생산, 품질관리 등 분자진단 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 검사장비를 통해 제품개발 시간이 134일에서 3일로, 개발 비용이 70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신제품 100개를 2년 내 개발하겠다는 게 ‘프로젝트 100’이다. ‘원 플랫폼 사업’은 장비 1개를 이용해 인체진단뿐만 아니라 동ㆍ식물 진단, 식품 안전성 검사, 검역 등 모든 영역을 검사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사업에 진척은 있나.

△ ‘프로젝트 100’의 경우 뇌수막염, 약제내성,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검사 제품 등 연내 10개 이상의 제품 개발이 목표다. 연말까지 ‘시약개발 자동화’가 이뤄지면 개발 시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내년까지 100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필요한 핵심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가와 컴퓨터가 각각 디자인한 내용을 비교하는 단계다. 인허가 등의 문제로 제품 출시는 2019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장비를 통해 다양한 분자진단을 할 수 있는 ‘원 플랫폼’은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 분자진단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뭔가.

△ 씨젠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번의 검사로 여러 균을 검출하는 동시 다중검사(멀티플렉스 리얼타임PCR)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런 기술은 쓰여야만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초기에 발견하면 암이 될 확률을 제로로 만든다. 백신을 맞지 않아도 검사만 하면 이 병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개발비와 개발시간에 대한 부담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 해외 성과는 어떤가.

△해외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번에 호흡기ㆍ소화기ㆍ성 감염증 원인균 20여 종을 찾아낼 수 있는 ‘올플렉스’는 누적 고객 수가 최근 1년 사이 10배 늘었다. 또 현재까지 4개의 글로벌 분자진단ㆍ체외진단 업체와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11월 계약을 맺은 베크만쿨터에 공급할 제품은 연내 출시될 것으로 예정이다. 이 외에 미국 사업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중국, 일본 등 신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만난 천종윤 대표는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분자진단 시장을 깨우고, 대중화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 이 같은 성과를 만든 원동력을 무엇으로 보나.

△ 씨젠만의 융합방식이다. 우리의 목표는 불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저 개선된 기술로는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없다. 이를 위해 특허담당자와 개발자를 한 팀으로 묶었다. 개발자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다 나와있는 기술인 경우가 많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특허팀이 기존 특허를 찾아보고 개발자에게 아이디어를 준다.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면 원천기술을 만들 수 있는 단서를 얻는다. 최근엔 정보기술(IT)과 바이오의 융합도 꾀하고 있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인력도 대거 보유 중이다.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난해 ‘올플렉스’ 매출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이 시작됐다. 올해부터는 완성된 기술을 하나 둘 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좋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재편하면 주가도 따라올 것으로 본다.

정리=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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