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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초빙교수] 탐지되지 않는 다리의 위험, 어찌할 건가?
사람 몸의 뼈대를 잡아 주는 근육처럼 PT텐던(Post-tensioned Tendon)이 교량의 뼈대를 잡아주어 다른 교량 형식보다 더 날렵하게 만들 수 있는 PSC(Prestressed Concrete)교량은 지금도 많이 만들어 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 PT텐던이 끊어져서 유럽, 일본에서 교량이 붕괴된 사례가 다수 발생했고, 미국에서도 크게 보수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PT텐던은 금속이나 합성수지 재질의 튜브 안에 강선을 다발로 꼬아 넣고, 부식을 막기 위해 시멘트 성분의 그라우트를 채워 만든다. 콘크리트 안에 매립되어 보이지 않는 것은 내부 (Internal)텐던, 눈에 보이게 설치된 것은 외부(External)텐던 인데, 지난 해 서울 내부순환도로 에서 끊어진 채 발견된 것이 이 외부텐던이다.

PT텐던의 손상에는 강선부식, 단면손실, 파단 등이 있는데, 대부분 그라우트재의 결함이 원인 이다. 과거 엔지니어들이 그라우트 제조 시 넣은 물이 경화(硬化)중에 시멘트성분과 분리되어 튜브의 윗부분으로 모였다가 건조되면서 빈 공간이 생겨, 이곳의 강선이 부식되어 끊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2000년 PT텐던 파단사고가 발생한 미국의 Mid Bay교에서는 공극이 무려 700개소나 발견됐을 정도다. 이 공극에 물과 염분이 침투하면 강선의 부식이 훨씬 더 빨리 진행되는데, 서울시는 이를 내부순환 텐던의 파단원인으로 밝힌 바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결함을 미리 찾아내야 하는데, 의사가 병을 찾기 위해 눈으로 진찰하 거나, X-ray, 초음파, MRI, 내시경 등을 이용하는데, 이는 각각 육안점검, 비파괴검사에 해당 한다.

튜브자체가 불투명하고 특히 내부텐던은 콘크리트 내에 매립되어 있어 결함을 찾기 위해 비파괴검사를 사용하는데, 이 검사의 적용가능성과 신뢰성이 문제다.

최근 미국의 교통연구위원회가 “비파괴검사를 통한 PSC교량과 사장교의 점검지침(Inspection Guidelines for Bridge Post-Tensioning and Stay Cable Systems Using NDE Methods)”을 공표했다. 90년대부터 2011년까지 다수의 사고를 겪으면서 2012년부터 4년 동안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연구결과다.

미국의 한 대학에 각종 결함을 가진 PSC교량 모형을 만들어 놓고 해양ㆍ철도ㆍ핵ㆍ항공우주산업까지 망라한 각종 비파괴시험기법에 대해 그 적용성과 신뢰성을 평가한 매우 유용한 자료다.

동 보고서는 결함ㆍ손상별로 적용 가능한 비파괴검사기법을 우선순위까지 제시하고 있는데, 외부텐던과 달리 내부텐던과 정착구의 경우 강선의 결함과 손상을 찾아낼 수 있는 비파괴검사 기법이 없다는 게 결론이다. 그라우트재의 결함을 찾아낼 기법은 있지만 그 마저도 그 신뢰성이 보통이하의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요컨대, 내부텐던과 정착구의 손상ㆍ결함은 육안점검은 물론 비파괴검사로도 전혀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들 형식의 다리를 대충 육안점검으로 때우고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서강대교, 원효대교 등이 내부텐던 방식, 올림픽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 등이 사장교의 예이다.

이들의 결함과 손상을 찾기 위해서는 의심되는 부분의 콘크리트를 일부 쪼아내서 내시경을 넣어 조사하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이 방법은 구조물에 일부 손상을 주긴 하지만, 해외 문헌에 따르면 결함의 위치가 대체로 패턴화 돼 있어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노후교량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도 아니면, 영국의 일부 사례처럼 센서를 부착해 텐던 파단 직후라도 즉시 보수하는 방법 등이라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성수대교와 같이 대형교량이 붕괴되는 참사를 겪지 않도록 추호의 소홀함 없이 바짝 챙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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