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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소한 정치도의 마저 저버린 바른정당 의원 집단 탈당
바른정당 의원 14명이 2일 유승민 후보 사퇴와 보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집단 탈당을 결의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실상 한국당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당을 떠나면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도 유지할 수 없는 소수 정당으로 전락한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개혁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닻을 올린 지 불과 석달 만에 바른정당은 중대 위기를 맞게됐다. 창당 초심의 싹도 미처 틔우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공산도 커졌다. 정치에 대한 불신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은 최소한의 정치도의 마저 저버렸다는 거센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물론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궁박한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 후보는 이날도 거듭 강조했듯 완주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지지율 답보의 원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끝까지 후보를 지켜주는 게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세다. 더욱이 단일화 대상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홍 후보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단일화를 고집하며 대선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당을 뛰쳐 나가는 것은 소속 후보는 물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가라앉는 배에서 먼저 뛰어내려 내 살길부터 찾는 극단의 이기적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라는 걸 이번 바른정당 집단 탈당 사태가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은 당초 국정농단과 여당의 무능을 비판하며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러다 유 후보의 지지율 부진에서 바른정당을 향한 민심의 싸늘한 눈길이 감지되자 다시 따뜻한 양지로 찾아드는 것이다. 바른정당 간판으로는 다음 총선에서 살아 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걸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국회의원 자리라는 게 이들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87.3%)이 “정치인은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응답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어느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떴다방’식 이합집산이 난무하고 철새 정치인이 판을 치는 고질병이 이번에도 또 도지고 있다. 이를 고칠 수 있는 건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 뿐이다. 바른정당 이탈자들에 대한 심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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