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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은 바리스타를 대신할 수 있을까?
‘바리스타+로스터’ 로 역할구분 없어져
한사람이 상품 개입부터 생산까지 관장
‘커피+디저트의 조화’ 트렌드도 주목
디저트 노마드족·포미족 등이 주역


이미 ‘밥보다 커피’ 시대다. 전세계적으로 ‘건강차(茶)’ 열풍이 불어도 한국은 언제나 커피 시장이 강세다.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60kg들이 자루로 약 190만자루의 커피를 소비했다. 한국인의 커피 섭취빈도는 주 11.9회로 이미 쌀밥(주당 6.5회)를 압도한다.

커피시장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전세계 커피 수입국 중 7위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6년 국내외 디저트 외식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커피시장의 규모는 5조4000억원(2014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현재 한국의 커피 시장은 복잡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수요와 공급은 여전히 넘치지만, 성장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생존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본 현재의 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피 시장의 미래, 여전히 핑크빛일까?=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개인의 취향과 커피의 품격을 강조한 소규모 업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 중이다. 1만대를 훌쩍 넘기는 스페셜티 커피와 1000원 안팎의 저가 커피가 공존하고 있다. 현재의 커피시장은 성장의 정점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신기욱 로스팅 마스터스 대표(커피마스터클래스 저자)는 “한국의 커피 시장은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저가 커피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성장의 정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짚었다.

곰커피캠퍼스의 김원준 헤드트레이너(바리스타) 역시 “커피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굉장히 많은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며 “현재 커피 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커피를 잘 알지 못 하는’ 누구라도 창업의 기회를 잡기 쉬운 시장이라는 뜻이다. 다만 창업은 쉬워도, 성공은 결코 쉽지 않다. 신기욱 대표는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실패하는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시장이 된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기존의 커피시장이 규모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과 감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진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나워먹기 시장이 되고, 개인별로는 커피 시장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원준 바리스타의 입장도 같았다. “한정된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기해야 하는 시장의 형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생존전략이 더욱 중요해진 때다. 현재 커피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과정도 필요하다.

김원준 헤드 트레이너는 “커피만 잘 해선 안 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피는 기본이되, 디자인을 잘 하는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즉, 고객이 요구하는 “패키징, 인테리어 등 시각적인 만족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며 “커피를 만드는 실력과 시각적인 능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페는 이제 더이상 커피만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의 유행으로 보기 좋고, 예쁜 먹거리와 공간의 상품 가치가 높아진 점은 커피업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

로스터+바리스타의 시대?=업계가 커지는 만큼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신기욱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커피업계의 지난 몇 년간 트렌드로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역할 구분이 사라진 점을 꼽았다. 로스터는 커피콩을 볶는 사람이고, 바리스타는 그것을 가지고 커피를 만들어주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 커피시장은 바리스타가 수입된 커피를 쓰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이후 직접 재료를 가공하는 로스터가 등장해 주목받았고, 로스터가 능력있는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젠 또 다른 시대의 등장이다. 신 대표는 “커피가 아무리 좋아도 뽑는 사람이 실력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바리스타가 로스터가 되고, 카페의 오너가 되는 통합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보다 진보된 형태다”고 말했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장이지만, 분리된 업무를 한 사람이 관장하니 “스스로 상품의 개입부터 생산까지 디렉팅을 하게 되니 제품이 일관성을 가지게 된다”(신기욱 대표)는 장점이 있다. 김원준 바리스타 역시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나뉘어 있으면 업무 시스템상 좋기는 하지만, 결국엔 모든 걸 다 알아야 하는 시점이 온다”고 말했다.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영역이 합쳐지는 것은 일종의 “장인정신의 시대”(신기욱 대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인정신을 가지고 전체를 일관성을 가지고 바라보는 통찰력이 중요한 때로 들어가고 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커피와 디저트의 조화 역시 커피업계가 주목하는 트렌드 중 하나다. 지난달 진행된 서울커피엑스포에선 올해 처음으로 디저트 섹션이 생겼다. 지난해 디저트 외식시장의 규모는 매출액 기준 8조9760억원(커피 포함)에 달했다.

‘디저트 노마드족’(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다니며 맛을 보는 사람들)이나 ‘포미족’(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은 이 시장을 이끄는 주역들이다.

김원준 헤드 트레이너 역시 “커피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다른 먹거리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은 바리스타를 대신할 수 있을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커피 전문점(카페 X)엔 인기 바리스타가 있다. 이름은 ‘고든’, 그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커피를 뽑아내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컴퓨터 장치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고객이 커피를 주문하면, 고든은 순식간에 커피를 제공한다. 시간당 최소 100잔~120잔까지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바야흐로 ‘푸드테크 시대, 서비스 영역에 로봇의 침공이 늘고 있다.

바리스타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원준 헤드 트레이너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으로 해주는 장비들이 비숙련자가 한 것보다 훨씬 좋은 맛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김원준 헤드 트레이너는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은 기계가 할 수 없다”는 말로 로봇 바리스타의 시대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바리스타는 결국 관능이 하는 일이다. 입으로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한 직업”이라며 “사람이 하는 일은 도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을 편하고 윤택하게 하는 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신기욱 대표 역시 “커피업계는 오너 바리스타가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손님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탐험시키는 역할을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과거보다 정보와 교역이 좋아져 자본이 허락하면 얼마든지 좋은 커피를 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커피의 스토리, 마시는 이유, 차별성을 주는 것은 100%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 로봇은 바리스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 대표는 또한 “커피업계는 소비자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것은 자판기 커피를 마시듯 최신 기계로 로봇이 뽑아준 커피가 아니라 내가 요구하는 대로 바리스타가 정성과 성의를 다해 내려주는 커피다”고 덧붙였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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