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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약품도 ‘개인 맞춤형’ 개발시대 왔다
바이오헬스 향후 年 5.9%씩 성장
의약품, 2025년 1조3918억弗 규모
빅데이터 기반 암센터 등과 협업
‘마크로젠’등 맞춤신약 진행 활기
자본·기술력 부족 한계 극복 과제

#. 엄마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어린 딸아이를 침대처럼 생긴 기계에 눕힌다. 그러자 화면에 ‘백혈병’이 뜨고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기계에서 몇 번의 빔이 쏘여진 뒤 ‘백혈병 완치’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다리가 골절되고 얼굴이 함몰되고 백혈병에 걸려도 치료에는 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2157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엘리시움’의 한 장면이다.

앞으로 140여년 후의 미래를 상상한 가정이지만 질병 정복에 나서고 있는 전세계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헬스 산업 중 의약품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개인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머지않아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의약품 개발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헬스 산업 중 의약품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개인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머지않아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의약품 개발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 규모 8조5000억달러…의약품 분야 1조달러 이상=2016년 현재 전세계 바이오헬스 산업의 시장 규모는 8조5490억달러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의료ㆍ건강서비스 분야가 7조달러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의약품 분야 역시 1조1385억달러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는 소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노바티스, 화이자 등 상위 10대 기업이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세계 시장의 2%에 머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오헬스 산업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산업이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비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시장은 고령화,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ICT 융합 등으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5.9%씩 성장이 예상된다. 오는 2025년이 되면 바이오헬스 산업의 규모는 1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의약품 분야는 연평균 4.1%씩 상승해 오는 2025년에는 1조3918억달러 규모가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헬스 산업은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되면서 과거 경험기반ㆍ범용에서 데이터기반ㆍ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ㆍ유전정보 분석 통한 맞춤 의약품 개발에 집중 투자=이 중 의약품 개발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으로 그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유전체 분석기업과 협력해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맞춤신약을 개발 중이다. 화이자의 경우 ‘23andMe’라는 유전체 분석 기업과 협력해 유전체 기반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유전체 분석 기업인 ‘마크로젠’이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약사와 암센터 등과 맞춤의약품 개발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다만 아직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초기단계로 암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최적의 항암치료제를 추천하고 있는 정도”라며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우선 완료된 뒤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맞춤 신약개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마크로젠이 실시하고 있는 맞춤 의약품 추천 서비스는 이미 미국에서 실시 중이다. ‘싸이퍼롬’은 환자의 유전정보와 약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약효 및 부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의약품 추천 서비스를 미국에 출시하기도 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지원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메디데이터’의 경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임상설계 서비스를 제공,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던 임상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국내에서는 ‘스탠다임’이 질병과 약물 상호작용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최적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자본력과 기술력 부족은 해결 과제=하지만 아직 한국 제약산업의 현실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 신약개발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중소기업, 복제약, 내수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100년이 넘는 제약산업이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국내 신약은 채 30개도 되지 않는다. 실제 국내 제약사 1위인 유한양행의 매출액은 1조3000억원으로 세계 제약사 매출 1위인 노바티스(53조원)에 비하면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때문에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와 기술력 역시 차이가 많이 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를 보면 2015년 기준 미국이 약 7조원을 투자한데 비해 한국은 3170억원에 머물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제도, 자본력이 아직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 기업, 대학 등이 연계해 좋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맞춤형 신약개발이 가능하게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진단하고 있는 의약품 분야의 과제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은 기존 복제약 중심에서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발전하며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역량은 미흡한 수준이다. 민간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는 지난 2013년에야 1조원을 넘었고 2015년에도 1조45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산자부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의 원천인 벤처에 대한 투자도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다만 기술개발, 인력양성, 산업화지원을 통해 신약개발 기반을 조성하고 맞춤형 신약개발 전문서비스 기업을 육성하는 등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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