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23만5,000여명의 알 권리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중략)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략) 토론문화 활성화를 위한 각종 컨텐츠의 확충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누리집에 나온 위원장 인사말의 일부다.

지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1차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5명이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이를 2시간동안 수화로 전해준 통역사는 단 1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수화통역사 1명이 토론 내용을 모두 책임지는 것은 체력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15년차 수화 통역가인 김철환 씨는 “통역 시간이 30~40분이 넘어가면 육체적인 피로도가 높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며 “후보 5명의 철학과 정책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최소한 2명의 통역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대선 토론회를 시청하다 포기한 청각장애인들이 적지 않았다.

청각장애인 윤모(52) 씨는 “통역사 1명이 후보자 5명과 사회자의 말을 모두 전달하니 누가 말하는 것인지 헷갈렸다”며 “전반적으로 토론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유롭게 토론하는 ‘스탠딩 토론’이 이번 대선에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기존의 수화 통역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일 한국복지대학교 수화통역과 교수는 “자유 토론 방식은 토론 중간에 화자가 겹치거나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수화는 보통 1인칭 시점으로 하기 때문에 자유 토론시 각 화자마다 통역사가 있어야 정확한 내용 전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수화 통역사와 관련된 결정은 방송사의 재량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관계자는 “토론회에 투입되는 통역사 수는 방송사가 결정하는 사항”이고 “현재로선 통역사 증원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청각장애인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3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250만여명 가운데 약 10%에 육박하는 비율로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다음으로 높다.

국민의 알권리와 컨텐츠 접근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권자 23만5000여명의 알권리는 누가 챙겨야 하나.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