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4,5월 가파도 청보리의 색다른 힐링, ‘잊을 권리’, ‘놓을 용기’
[헤럴드경제, 가파도=함영훈 기자] “가파도 그만, 마라도 그만….”

마라도를 자식 처럼 호위하는 가파도에 가면 물욕이 사라진다.

이어도(여도, 여섬)와 이어도 오빠 마라도, 마라도를 엄호하는 가파도, 제주도 대정읍의 세 섬은 우리 국토의 최남단을 지킨다. 덮개로 바다를 덮어놓은 듯 하다고해서 개도(蓋島)라 불릴 정도로 최고 해발은 20m. 포구를 제외하곤 들녘이다.
가파도 청보리
 

이곳은 4,5월 푸른 청보리가 여행자의 가슴을 온통 푸르게 물들인다. 물욕을 잊게 하는 힐링의 기운이 온 심신을 감싸기에 이곳에서 빌린 돈은 ‘가파도(갚아도) 그만, 마라도(말아도) 그만’이라 한다. 잊을 권리, 놓을 용기도 돋게 하는 곳이다.

가파도 전경


꽃 보다 청보리.

파도는 바다에만 치는게 아니다. 어부의 쉼터가 있는 모슬포항에서 뱃길로 20여분이면 도착하는 가파도는 해마다 봄이 되면 가파도의 60만㎡에 달하는 넓은 청보리밭의 푸른 물결이 춤을 춘다.

가오리(제주 방언 ‘가파리’) 처럼 생긴 섬의 해안선 4.2㎞에 산책길이 나 있고, 섬을 가운데를 관통하는 길 좌우로 드넓은 청보리밭이 흉금을 상쾌하게 한다. 관통로의 한 가운데 두 개의 풍력발전기가 청보리를 엄호하고, 길의 끝지점에 상동 등 어촌이 형성돼 있다.

▶‘푸른 산책’ 가파도, “짜장면 시키신 분~” 마라도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올레길 10-1코스는 상동포구에서 출발해 바다를 따라 내려오다 가파도의 중앙을 가로질러 하동포구 쪽으로 내려온다. 산책을 하며 모녀 간, 부자 간, 친구 간, 직장 선후배간 자못 무거운 얘기일지라도 편안하게 털어 놓기에 좋고, 자전거를 타고 돌며 마구 웃기에도 좋다.

북쪽 물 건너엔 제주 본도의 산방산과 드라마 '올인' 촬영지인 송악산 해식애가 겹쳐서 보이고, 가파도 올레길, 청보리밭 길섶 곳곳에는 유채꽃이 밭담 처럼 피어있어 초록빛 청보리와 예쁘장한 하모니를 이룬다.

산방산 용머리


모슬포항에서 가파도 온 만큼 더 남쪽으로 가면 마라도에 닿는다.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 섬은 가파도의 딸이다. 학사천의 물이 마르면 횃불을 올려 어머니 같은 가파도에 도움을 청한다. 몇 가구 살지 않지만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CF때문에 짜장면집이 생겼다.

가파도와 마라도는 하멜 일행이 표류했으리라 추정되는 곳으로 이들의 저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서양에 알리는 계기가 된 곳이다.

대포동 주상절리


청보리는 칼슘·인·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B가 풍부해 각기병, 변비, 당뇨, 대장암 예방, 다이어트에 좋다. 가파도에 갔으면 ‘춘자네 집’에서 가파도에서 나는 건강해산물 ‘홍삼’ 안주에 막거리 한 사발 꼭 하자.

▶설쿰바당의 신비

가파도에서 다시 모슬포항으로 나와 산방산까지 남동→북동으로 시계 반대방향의 해안선을 따라가면 운진항→송악산 일대, 일제 지하벙커→드라마 ‘올인’ 촬영지를 거쳐 산방산 바로 앞 용머리 지질트레일 산책로에 다다른다. 지하벙커의 규모는 오키나와의 2배에 달한다. 80년이 지난 지금 이 흔적은 우리의 문화재일 뿐이다.



산방산 용머리 지질트레일 A코스는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80만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한 지질자원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계리, 화순리, 덕수리 등 주변마을의 역사와 문화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코스다.

용머리해안에서 사계포구를 거쳐 형제해안로, 대정향교, 산방산을 거쳐 다시 용머리해안으로 돌아오는 13㎞의 코스는 봄에 곳곳에 펼쳐진 유채꽃으로 더욱 극명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설쿰바당을 빼놓을 수 없다. ‘설쿰’은 바람 때문에 쌓인 눈에 구멍이 뚫린다는 뜻으로 용머리해안 일대와 사계 포구에 이르는 해안가이다. 설쿰바당은 갈색 모래와 검은색 모래가 섞여 있는 해변으로 단단히 굳은 모래바위 사이에 숭숭 구멍이 뚫려 있다. 사계포구를 지나면 하모리층이라고 불리는 적갈색의 퇴적암층이 있는데 3500년전 송악산에서 분출한 화산에서 흘러나온 화산재가 해안가에 쌓인 곳이다.

▶비밀 출사지, 소천지

서쪽의 중문이 많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병풍같이 펼쳐진 대포동 6각 주상절리대를 봐야 제주에 온 것 같다. 제주도 여행자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다. 생태 여행에서 잠시 벗어나 서귀포 시내 소의 화가 이중섭 거리를 다녀보다는 것도 색다른 매력을 줄 것이다.


 
정은주 작가가 찍은 서귀포 소천지

서귀포시청 1청사에서 조금더 서쪽으로 가서 제주대 연수원 앞바다에 있는 ‘소천지’는 백두산 천지를 바다에 옮겨놓은 것 처럼 바닷가에 기암괴석이 둘러쳐진 곳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베테랑 사진작가들의 은밀한 출사지이다.

비양도와 협재해변


제주에 개발사업이 많아지면서 북동쪽에만 미개발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서쪽에도 자연 그래로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렌터카의 핸들을 돌려 서쪽으로 향하면 제주 바다 자연미를 잘 간직한 곳이 있는데, 협재해변과 비양도가 대표적이다. 협재해변과 비양도 사이의 에메럴드 빛 바다와 파도는 사이사이 마주한 검은색 바위들과 부대끼며 재잘거린다. 시간과 날씨에 따라 늘 새로운 컬러를 그려내는 8색조의 협재-비양 5월 바다이다.


▶5월의 여신 하얀 귤꽃

귤꽃


제주관광공사는 이밖에 ▷가슴 떨리는 분홍의 시크릿 가든, 한라산 영실코스 선작지왓, 방선문축제 참꽃나무 ▷위미, 하효, 신례에는 감귤테마하우스에서 아름답게 피운 5월의 하얀 귤꽃 ▷노란빛의 새우란이 5월을 뽐내는 절물자연휴양림 ▷길고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숲과 오솔길의 낭만이 아름다운 송당마을 삼나무길 등을 5월의 추천 여행 키워드로 제시했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