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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지능의 탄생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1년전,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의 최강자 이세돌 9단을 이긴 사건은 멀고 막연했던 인공지능이란 개념을 코 앞으로 바짝 다가오게 만든 사건이다. 미래학자들은 2040년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따라 잡는 상황, 즉 ‘기술적 특이점’이 올 것으로 예견한다. 인간의 뇌가 100조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중앙처리장치와 유사한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할 때, 대략 30년 정도가 지나면 일상적인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이 인간의 뇌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럼에도 기계가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SF의 이야기가 과연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이대열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는 저서 ‘지능의 탄생’(바다출판사)에서 인공지능의 문제해결 능력은 인간의 요구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들어 그런 날은 쉬이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의 문제풀이는 그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자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한 인간의 지능의 표현일 따름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지 전모를 알지 못한다.그렇기에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뇌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가령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돼 있는 컴퓨터가 지능을 가지려면 하드웨어가 처한 환경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메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보통 인간이 하는 이 일을 컴퓨터 스스로 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참된 인공지능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지능을 다루는 영역은 흔히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 부분에서 이뤄져 왔으나 최근에는 행동심리학 및 생물학, 뇌과학, 인공지능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지능의 탄생’은 이 모두를 포괄, 최신 연구성과까지 담아낸 지능에 관한 종합보고서라 할 만하다.

특히 RNA로부터 DNA와 단백질의 기능분화 등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지능이 어떻게 출현했는지, 뇌와 같은 신경계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생명의 진화사를 지능의 관점에서 풀어내 흥미롭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 개념인 ’본인-대리인 이론‘을 생명현상의 본질인 유전자와 뇌에 적용, 설명한 대목은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유전자는 생명체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제어하기에 부적합해 이를 뇌에게 위임. 자기를 대신해 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권한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업과 위임은 생물의 진화에 결정적 매커니즘으로 작용한다. 바퀴벌레나 해파리, 예쁜꼬마선충 등 다양한 동물의 사례를 통해 생물학에 문외한인 이들도 쉽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지능의 탄생/이대열 지음/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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