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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췌장암은 몸으로 말하지 않는다
소화불량·황달 증세 지나치기 쉬워
암진단후 5년 생존율 10% 불과
장기흡연·당뇨환자등 고위험군
정기적으로 복부 CT 받는게 최선

# 7년 전 퇴직한 이모(66) 씨는 한 달 전부터 소화불량과 함께 상복부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통증은 식사 후 더 심했고 때때로 등쪽으로 옮겨 갔다. 보름 전부터는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소변 색깔도 갈색으로 변했다. 생각해 보니 최근 3개월간 이 씨에게는 체중 감소, 식욕 부진, 피로감이 이어져 왔다. 명치 부위를 누를 때 통증도 있었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그는 복부 CT(컴퓨터 단층촬영)ㆍ조직 검사를 거쳐 췌장암으로 진단 받았다.

지난 9일 배우 김영애 씨가 향년 66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2012년 췌장암을 선고 받은 이후에도 드라마와 영화에 잇달아 출연하며 ‘연기 투혼’을 불태웠지만,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고 각종 검사에서도 발견이 어려워, 당뇨환자, 장기 흡연자등 고위험군의 경우 정기적으로 복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헤럴드경제DB]

최근 5년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지난해 최초로 70%를 넘어섰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조기 검진의 일상화, 치료 기술의 발달 덕택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췌장암만은 예외다. 같은 기간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1%에 그쳤다. 이는 20여 년 전인 1993년(9.4%)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진단을 받은 환자가 ‘사형 선고’로 느낄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 바로 췌장암이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고 각종 검사에서도 잘 안 잡히기 때문에 평소 예방에 신경 쓰는 한편 당뇨 환자 등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으로 복부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초기 증상 없고, 각종 검사에서도 발견 어려워”=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1만2829명에서 2014년 1만8017명으로 최근 2년 만에 환자가 40.4% 증가한 췌장암은 국내 10대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못한 암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실제로 환자의 대부분이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췌장암 생존율이 20여 년째 제자리 걸음인 이유는 초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황달, 복통, 소화불량 등은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는 증상인 데다, 이를 경험하고 병원에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몸 곳곳에 암이 퍼져 수술이 불가한 3~4기로 진단되기 때문이다.

이희성 이화여대 목동병원 간ㆍ췌장담도센터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복강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작은 장기라 내시경이나 복부 초음파로는 쉽게 발견하기도 어렵다”며 “췌장암을 조기에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은 복부 CT 촬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새로 당뇨병으로 진단 받았거나, 장기 흡연자, 만성 췌장염 환자 등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의사와 상의해 복부 CT를 촬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단 받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빨리 치료 받아야”=췌장암은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암 조직을 잘라내는 수술뿐이다. 단, 수술은 암세포가 주변 혈관을 침습하지 않고 췌장에 있을 때만 가능해 필요에 따라 암세포의 범위와 크기를 감소시키는 항암 치료를 선행한 뒤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수술 방법은 암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이 교수는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부분에서 발생하는데 이 경우 췌장의 머리 쪽으로 연결된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한다”며 “몸통과 꼬리 부분에서 암이 발생하면 비장을 함께 절제하는 췌장 절제술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수술 기술이 발전해 복강경 수술, 싱글 사이트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췌장암에 적용해 합병증 없는 수술도 가능해졌다.

이 교수는 “췌장은 주변의 여러 장기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절제가 쉽지 않고, 절제하더라도 직경이 매우 가느다란 췌관을 소장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췌장암 수술은 외과 수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여겨져 왔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췌장암의 위치가 좋지 않고, 비교적 크기가 큰 경우에도 안전하게 췌장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됐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통해 생존 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췌장암으로 진단 받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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