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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은-박삼구회장 9년밀월…금호타이어로 펑크나다
7조원 투입 금호그룹 재건 ‘합작’
사재출연-우선매수권 주고 받아
금호산업 매각까지 우호적 관계
금호타이어 처리로 ‘법정대결’

19일 자정. 산업은행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가졌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일단 무산된 셈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법정 소송을 통해 다시 인수기회를 얻어 내겠다며 여전히 금호타이어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09년 금호그룹 기업개선작업(work out) 개시 이후 10여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산은과 박 회장의 ‘밀월’이 ‘대결’로 바뀌게 됐다.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다 인수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계열사들이 줄줄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산은과 금호그룹의 질긴 인연이 시작됐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개시 이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출자전환을 진행하고, 대우건설과 KDB생명(옛 금호생명)은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직접 인수한다. 투입된 자금만 7조원이 넘는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에도 산은은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보장하며 그룹 재건의 기반을 마련해준다. 박 회장이 사재(금호석유화학 지분)를 털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7조원의 자금에 비해 수 천 억원 수준의 박 회장의 사재출연은 미미한 규모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다른 당시 대기업 총수와의 형평성 시비가 나오기도 했다. 산은 관리 체제 아래에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제철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지 못했고,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STX조선해양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에는 금호타이어와 달리 ‘제3자 양도 및 지정’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개인돈 1200억 원 정도를 들이고 나머지 6000억여원을 차입과 자본유치로 조달해 금호산업을 되찾는다. 뒤이어 박 회장은 그룹 모태이던 금호고속도 되찾으면서 ‘그룹 재건’의 꿈을 거의 이룬다. 


그런데 ‘그룹재건’의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에서 산은과 박 회장의 밀월은 깨어진다. 산은이 금호산업과 달리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에는 제3자 양도 권한을 부여하지 않아서다. 박 회장은 산은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자인 금호산업의 사전동의도 없이 ‘상표권 유지’ 조항을 매각조건에 담은 점을 문제삼으며 맞섰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켜 1조원 가까운 돈을 회수할 방침이다. 산은과 채권단이 금호그룹에 투입한 자금 중 회수된 것은 2015년 마무리된 금호산업 매각에 따른 7228억원 뿐이다. 이 마저도 흥행 저조로 30% 수준의 저조한 채권회수율에 그쳤다. KDB생명은 3차례나 매각이 유찰됐고, 3조원이 넘게 투입된 대우건설은 현재 시가총액이 1조4600억원 수준에 불과해 1조원 이상의 평가 손실이 우려된다. 반면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은 기술유출 우려도 크며, 절차상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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