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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매 맞는 카드사 ④]트럼프식 낙인찍기 그만…자율·소통의 카드산업으로
갑을관계 논리로만 접근
선거=수수료인하 되풀이
정치권력 개입은 줄이고
가맹점 선택권 확대돼야


지난 해 미국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는 이민자와 대미 무역흑자국을 마두 두드렸다. 결국 대중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준 덕분에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선거에서 신승을 거뒀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극우정치인 르팽이 인기다.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들을 앞세운 덕분이다.

선거철이면 카드 가맹점수수료는 인하된다. 정치인들은 돈 잘 버는 카드사들이 영세한 가맹점들에게서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으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은 전세계 공통이다. 하지만 적어도 카드 가맹점수수료 문제에서 만큼은 우니라나 같은 곳이 없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정부가 가맹점수수료율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과도한 수수료 인상요구나 담합발생 등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만 정부가 나선다.

미국에서는 카드사가 회원사의 의견을 반영해 가맹점수수료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카드사들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정부가 해당 카드사를 대상으로 소송를 제기하고,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견을 해소한다. 우리와 시장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가맹점이 지불조건이 좋은 카드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한다. 가맹점수수료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청이나 소비자단체 등 3자가 개입할 수 없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절대적인 가맹점수수료 수준은 아멕스와 다이너스가 높지만 정부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주로 신경을 쓴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80∼90%나 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정부가 수수료 수준이 높다고 무조건 개입할 것이 아니라 카드사의 힘이 너무 세서 가맹점이 대응하지 못하는 등 시장실패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넘어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카드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 금지가 대표적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소득세법은 세원 투명화 등을 위해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현금구매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이용이 보편화되고 소액결제가 늘어난 상황에서 가맹점에 카드수납을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늘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컨대 5000원을 결제할 때 현금은 물건값만 100% 내지만, 카드는 밴수수료(80∼120원) 등 각종 비용을 포함한 가격을 지불한다. 소액 카드결제는 현금 결제자에 대한 역차별이자, 카드사 역마진 방지를 위한 각종 수수료 인상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10달러 이하 소액결제에는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회원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혜택을 수수료로 전가시키는 유인이 생기지 않도록 카드 의무수납제, 가격차별 금지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카드사와의 협상에서 밀린 가맹점의 불만이 커지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수료를 깎아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맹점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소통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에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수수료율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들이 집단소송 등 법적해결 수단에 호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는 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높지만 중국 유니온페이, 일본 JCB 같은 국제적 카드사를 낳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은 가맹점수수료 문제를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대결’로만 바라보지 말고 카드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김태훈 사무국장은 “매출 등 외형보다는 수익률을 따져 가맹점수수료를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면서 “연매출 3억원 이상인 가맹점 단체에도 카드사와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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