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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빈장(殯葬)에 담긴 뜻
빈장(殯葬)은 숨진 즉시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안치해두는 의례이다.

완도, 군산 등에는 풀로 만든 초막에 시신을 두는 초분(草墳) 풍습이 있었다. 3년 전후 그곳에 모시다가 매장했다. 짐승이 접근하지 못하게 소나무 가지를 엮어 초분 주변을 둘렀다. 시신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백성들의 초분 빈장은 고인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과 마치 살아계신 것처럼 정성스럽게 돌보겠다는 효심, 사랑에서 출발했다.

마한, 백제의 중심지 나주 권력가의 빈장은 조금 다르다. 경주 선덕왕릉 보다 조금 더 큰 나주 정촌고분 발굴조사에서 금동신발에 붙은 파리 번데기 껍질이 발견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영화 ‘쥬라기 공원’의 모기 연구하듯 추적해보았다.


탄소연대를 측정했더니 1500여년전 것이었다. 시신이 지상에서 부패하면서 파리의 알이 생겨 이것이 구더기-번데기로 바뀌는데는 일주일 걸리고 번데기에서 벗어나 성충이 되기 까지는 총 21일쯤 소요되는 점에 비춰, 이 시신은 1~3주 영치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유럽 바이킹 무덤과 일본 하자이케 고분 등에서도 비슷한 영치 풍습을 짐작케 하는 곤충 번데기가 나왔다.

번데기 껍질이 일러준 대로, 이 5~6세기 권력자 시신의 발엔 금동신발이 신겨 있었다. 이 금동신발은 세공기술과 예술미에서 당대 동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가슴쪽엔 긴 칼을 품고 있었다.

상주(喪主)는 가장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시신을 치장했을 것이다. 한 전문가는 “가장 빛나고 위엄있는 차림을 갖춰 죽어서도 권력이 건재하고 후손이 이을 것음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빈장에 담긴 뜻이 백성들은 사랑인데, 지배층은 영생권력욕이라 대조적이다.

시대가 1500년이나 지났고, 한 바탕 ‘여왕 논란’까지 휘몰아쳤으니, 올해 장미가 피는 계절 그런 권력자는 결코 나타나지 않으리라 기대해본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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