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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의 역습②] 기분나쁜 울음소리, 길냥이와 공존 가능한가요?
- 자치구에 봄철 길고양이 민원 늘어
- 서울 중성화예산 5년새 2.5배 늘어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배설물로 인해 집 주변에 냄새가 나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돼 세입자가 이사 요청을 해도 새로운 세입자를 찾을 수 없어 고통스럽습니다. 동물보호 차원에서 중성화 수술만 해주고 있으나 별 도움이 않되므로 단독주택 거주민을 위한 대책을 세워주세요. 주변 아파트나 빌라 거주자들이 먹이를 단독주택에 던져 주는 일이 없도록 홍보해주세요’

서울시 현장민원서비스 ‘찾아가는 응답소’에 1년여 전 올라온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다. 매년 날이 풀리는 이맘 때면 동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자치구에는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늘어난다. 특히 봄, 여름철 고양이가 교미하는 시기에는 아이 울음 소리 같은 불쾌한 소음에 잠을 잘 이룰 수 없다는 민원이 쏟아진다. 민원은 주로 쓰레기 봉투 뜯기, 화단 헤집기, 배설물 악취, 차밑에 들어가기 등 사소하지만 신경을 거스르는 것들이다. 겨울철에는 동사한 고양이 시체를 치워달라거나, 추위를 피해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간 고양이가 엔진 벨트에 끼어 죽었다는 등 ‘비보’가 날아든다.


작년 여름에는 고양이가 살인 진드기를 옮긴다는 ‘가짜뉴스’ 소동에 길고양이를 퇴치시켜달라는 민원도 적지 않았다. 중성화한 뒤 방사하지 말고 그냥 붙잡아 안락사 처리하라는 동물 혐오성향의 요구도 있다.

15일 고양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고양이 암컷은 연 중 2~3회 출산을 하고 한번에 3~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또한 먹이가 있는 곳으로 모이는 습성이 있어 캣맘이 먹이를 놓거나 먹을 거리가 있는 주변으로 개체 수가 금방 늘어난다. 서울시 길고양이 서식지 모니터링을 보면 2013년 기준 길고양이 수는 대략 19만~25만리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성화를 실시한 고양이는 평균 5580마리(2010~2013년)로 3%에 불과하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TNR; TrapㆍNeuterㆍReturn)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성숙한 고양이를 포획(Trap)한 뒤 생식능력을 없애고 귀에 표식(Neuter and eartipping)을 한 뒤 풀어주는(Return) 사업이다.

시가 예산의 50%를, 자치구가 50%를 대는 매칭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시의 중성화 관련 예산은 매해 늘고 있다. 2012년 2억5000만원에서 2017년에는 6억원으로, 5년 새 240%로 증액됐다. 올해 강동구와 서초구에 가장 많은 3983만원이 각각 지원된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소음과 쓰레기 봉투 뜯기는 주로 수컷 고양이들의 세력다툼과 발정기에 따른 것인데, 중성화 수술을 하면 그런 본성이 다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전 이사는 또 “차 밑에 들어가는 행위, 배설물 피해도 고양이 보금자리만 잘 마련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자치구 가운데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는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강동구에 따르면 2013년 5월 길고양이 급식소를 첫 설치한 뒤 2014년 길고양이 민원이 78건으로 전체 동물 민원(512건) 중 15%를 차지하던 데서 2016년에는 21건으로 줄었고, 비중도 전체(204건)의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동구 관계자는 “겨울에 차량 엔진룸에서 자고 있는 길고양이를 깨우는 캠페인을 하는 등 대민 홍보와 캠페인을 벌였다”며 “구청사 옥상에 길고양이 호텔이 있어 구청 주변으로 고양이들이 많은데 주민들이 이제는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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