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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 쫓겨 5분 만에‘허겁지겁’…패스트푸드로 버티는 아이들
“초등때부터 저녁은 패스트푸드”
대치동 학원가 편의점 등 북적


지난 12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편의점. 오후 4시45분께 교복을 입은 한 중학생이 급하게 편의점에 들어왔다. 컵라면 하나를 집어들더니 5분만에 허겁지겁 해치웠다. 5시께 시작하는 학원 수업에 맞춰 급한 저녁을 먹는 것이다.

인근에 산다는 김모(15) 군은 “학원 수업때문에 저녁을 제때 챙겨먹기 힘들다”며 “보통 학원 수업이 오후 8시께끝나면 그때서야 어머니와 집에서 진짜 저녁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8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너무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컵라면이나 패스트푸드로 저녁을 때운다”고 했다.

이날 대치동 학원가 인근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식당은 끼니를 해결하려는 중고생들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빡빡한 학원 수업 탓에 컵라면, 삼각김밥, 햄버거 등으로 부실한 저녁을 먹었다. 이들 대부분은 늦은 밤 귀가해 다시 ‘집밥 저녁’을 먹는 식사 패턴을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남모(12) 양은 이날 오후 9시가 훌쩍 지나서야 컵라면 하나로 겨우 배를 채웠다. 오후 5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된 학원 수업 때문에 끼니를 놓친 것이다. 학원가 바로 건너편인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지만 남 양에게 가장 익숙한 밥은 학원 근처의 컵라면이나 패스트푸드다. 남 양은 “요즘 학원을 6군데 다니는데 오늘처럼 보충 수업이 있으면 라면으로 우선 요기를 한다”며 “남은 학원 수업이 끝나는대로 집에 가서 제대로 된 저녁을 먹을 것”이라고 했다.

역삼동에 사는 박모(15) 양은 이날 오후 8시30분이 되서야 햄버거로 먹었다. 학교와 학원 수업을 마치고 처음 먹는 끼니였다.

학원 5개와 과외 2개를 한다는 박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이런 생활을 해서 익숙하다”며 “집에 가면 입맛이 없어 저녁을 따로 챙겨먹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어 “숙제를 마치면 보통 새벽 1~2시에 자다보니 다음날 아침 밥맛도 없다”고 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결과’에 따르면 고3 남학생 지난해 평균 키는 173.5㎝로 10년 전보다 0.5㎝ 작아졌고 고3 여학생 역시 160.9㎝로 10년 전보다 0.2㎝ 줄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햄버거ㆍ피자 등을 먹는 비율은 초등학생이 64.6%, 중학생이 76.1%, 고등학생이 77.9%로 2015년보다 각 1.2~1.7%포인트 상승했다.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 비율은 고등학생이 16.8%로 높아진 반면 일주일에 사흘 이상 숨차거나 땀나게 운동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24.4%로 낮아졌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라면과 패스트푸드 등 영양소가 불균형한 고열량 식단을 반복하면 무기질이나 비타민이 부족해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김유진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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