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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커버의 단편소설집 제목이 ‘제발 조용히 좀 해요(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이다.

이 책에 실린 첫 단편소설이 ‘뚱보’인데, 식당에 식사를 하러 온 한 뚱뚱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니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다. 식당 직원들은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손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끊임없이 시시덕거린다. ‘뚱보’의 말이나 먹는 태도가 특별히 다를 것이 없음에도, 그는 별난 구경거리와 험담의 대상이 된다. 특히 작가의 뛰어난 대화체 기법 때문에, 식당의 풍경과 ‘뚱보’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독자에게 더없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에게 서빙을 했던 주인공 ‘나’는 퇴근 후에도 다른 친구에게 뚱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녀의 남자 친구도 “피곤하면 늘 기지개를 켜듯이” 비난한다. “망할 놈의 뚱댕이.”

우스꽝스러운 이 단편소설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은, ‘어, 뭐지?’였다. 흔히 하듯, 뚱뚱한 사람을 소재로 쓸 때 같은 자본주의적 시각이라거나 인간의 신체에 대한 미학을 말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일컬어지는 레이먼드 커버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제발 좀 조용히 해요! 말할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말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정말이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표현을 내뱉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홍보성 전화와 이메일, 밤늦게 들려오는 아래위층의 소음, 우연히 바람결에 들려오는 자신에 대한 험담, 공공연하게 지속되는 악플, 게다가 ‘뚱보’처럼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집단적인 끝없는 험담.

문득 구약성서에서 노아의 포도주 사건이 떠오른다. 가장 의로운 그가 대홍수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아 아담에 이어 제 2의 인류의 시조가 되지만, 세월이 지나 술에 취해 텐트 속에 벌거벗고 눕는 실수를 한다. 둘째 아들 함은 이를 보고 텐트 밖의 다른 형제들에게 과장되게 흉을 본다.

그런데 첫째 아들인 셈과 막내아들 야벳은 옷을 가져다가 뒷걸음질을 쳐서 아버지의 벗은 몸을 가려준다.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보지 않으려고 도리어 애쓴다. 보지 않아야 하는 것은 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보지 않는다고 방치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행했던 것이다.

최근 TV의 뉴스를 보면, 제발 조용히 좀 하라는 표현이 문득문득 올라온다.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 너무나 많은 말들을 들은 뒤이고, 게다가 앞으로 대선이 끝날 때까지 들어야 할 숱한 주장과 말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막 시작된 대선 후보들의 경쟁 상대에 대한 막말이나 흑색선전은 국민에게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후보들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필요지 않은 말을 너무 많이 하지는 말자. 특히 국민을 현혹하는 거짓 흑색선전은, 제발 부탁이니 조용히 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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