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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확장성과 콘텐츠
확장성(擴張性)이 능력이고 경쟁력이다. 좁은 울타리 안에선 큰 일을 도모할 수 없다. 사업이란 게 그렇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든, 더 좋은 먹잇감을 위해서든 끊임없이 활동무대를 넓히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성장할 수 있다.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굴지의 대기업 가운데 ‘울타리 뛰어넘기’를 시도하지 않은 곳이 없다. 주력 부문은 있지만, 대개 전기전자, 바이오, 금융, 방송, 항공, 에너지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빛을 봤다.

하지만 진정한 생명력은 콘텐츠에 있다. 새 먹거리 발굴에 공들이다가 허망하게 무너져 버린 대기업이 적잖다. 최근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일본의 도시바가 꼭 맞는 예다. 140여 년 역사의 도시바는 한때 전기전자 산업계의 혁신 아이콘으로 꼽혔다. 이 회사는 그러나 원전사업을 위해 거액을 주고 인수했던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엄청난 적자와 분식회계로 인해 재정난이 겹치면서 침몰했다. WH는 지난해 원전건설 지연 등으로 인해 1조엔 상당(원화 10조1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제조업계 역사상 최악의 손실로 회자된다. 도시바는 부채상환을 위해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까지 매물로 내놨지만, 제값을 받고 판다한들 그간의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 어려워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쩌다가 바람 앞의 등불신세가 된 셈이다. 도시바의 몰락은 원전사업에 대한 투자 실패가 기폭제가 됐지만,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킬링 콘덴츠’ 부재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후발 주자들을 따돌릴 수 없는 기술력의 정체 현상이 빚은 결과란 얘기다.

확장성과 콘텐츠는 비즈니스 영역을 뛰어넘어 5월 대통령 선거를 가를 중요한 열쇠로도 부각된다. 이달 둘째주 들어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 당 대선후보는 그동안 줄곧 선두를 달리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꺾고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의 다자구도로 가든, 양자구도로 가든 간에 모두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결과의 원인은 확장성이다. 문재인 후보는 ‘촛불 민심’과 ‘적폐 청산’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묶어, 지지율 정체를 자초했다. 지지율 40%는 그의 넘사벽이 되고 말았다. 반면 통합과 갈등 치유를 강조했던 안 후보는 ‘안정’을 갈망하는 중도 세력과 보수층마저 흡입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이는 존재감 없는 보수 후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5월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진검승부의 장(場), 콘텐츠 대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적폐청산을 얘기한 것은 토목공사였을 뿐이다. 어떤 건물을 지을 지는 곧 구체화 될 것이고, 이 싸움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으로 기울고 있는 민심을 경계한 발언이었다.

이에 대한 안 후보 측 대응은 냉철하다. 한 핵심 인사는 “콘텐츠 경쟁의 장을 기다려왔다. 부디 문 후보 측 건축공사가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응수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후보들의 진검 승부가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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