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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공연도 모바일생중계 ‘이래도 시간·비용 핑계?’
공연 관람은 ‘비용’이 많이 드는 문화생활로 인식된다. 아무래도 바쁜 시간을 쪼개 극장에 직접 찾아가야 하고, 가격적 측면에서도 다른 장르에 비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에 가야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인터넷 실시간 생중계가 공연을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극장에 가지 않아도, 돈을 내지 않아도 무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극단이 준비한 연극 ‘왕위 주장자들’<사진>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됐다. 노르웨이 유명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154년 전에 쓴 5막짜리 대작 역사극의 국내 초연 무대로, 관객들은 120분간 이어진 공연을 극장에 가지 않고도 웹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에는 대학로 인기 연극인 ‘유도소년’이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전막 실황 생중계돼 실시간으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생중계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상에서는 작품에 대한 누리꾼들의 다채로운 반응이 쏟아졌고, 공연을 보면서 다른 관객과 곧바로 소통하는 새로운 관람 방식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연극뿐만 아니라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무용, 전통 공연, 시상식, 프레스콜, 쇼케이스 등 다양한 형식의 공연이 생중계되면서, 관객들은 그동안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의 공연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껏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처럼 공연제작사와 대형 극장이 생중계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실제 공연 홍보 및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6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공연’으로 선보인 뮤지컬 ‘레드북’은 네이버 생중계를 통해 누적 시청수 1만 3756명을 기록했으며, 실황 중계 직후 티켓 판매율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전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결과를 가져온 바 있다.

공연 생중계와 관련해 지난달 말 연극 ‘파운틴 헤드’로 내한한 세계적인 연출가 이보 반 호브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어떤 새로운 장르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데 첫 순간이 무척 중요한데, 인터넷을 통해 공연이 방송됨으로써 결코 연극을 보지 않았을 사람들에게도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물론 연극의 3요소가 무대, 배우, 관객으로 이뤄져 있듯, 공연은 배우와 관객이 무대를 사이에 두고 직접 얼굴을 맞대야만 진정으로 성립된다. 때문에 현재 진행되는 생중계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공연에 흥미를 느끼게 해 더 많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옮기게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반 호브의 말처럼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컴퓨터가 결코 할 수 없는, 실재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마주하는 일은 앞으로도 공연이 수행해낼 것이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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