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풀꽃 열매 퍼지는 소리, 난 듣고 말았네
-학고재서 김보희 ‘자연이 되는꿈’展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 했는데, ‘초록이색(草綠異色)’이다. 캔버스엔 수 많은 초록이 색의 결을 달리하며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초록이 많았나 싶지만 실제 자연이 그렇다. 특히 봄 꽃에 가려 새 잎을 소홀히 보는 지금이 ‘초록 단풍’이 드는 시기다. 캔버스에도 봄이 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4월 7일부터 김보희(65)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을 전관에서 개최한다. 올해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정년을 맞은 김보희의 전반적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새로운 생명과 시작을 의미하는 씨앗과 열매를 재해석한 신작은 본관에, 국립현대미술관 로비에 걸렸던 대작 ‘그날들’을 위시한 구작은 별관에 자리잡았다. 


김보희 화백은 이십대였던 1970년부터 자연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양수리에 있는 이모 댁 근처 풍경을 그린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로는 제주 바다를 그렸다. 하늘과 바다 사이 자리한 가느다란 수평선을 강조해 자신의 삶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 2013년 동 갤러리에서 열린 ‘Towards(투워즈)’전이었다. 4년만의 개인전은 여전히 ‘자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원경은 근경으로, 그리고 싹과 열매 등으로 클로즈업 됐다. 먼 발치에서 관망하듯 그렸던 것에서 이제 생명의 본질로 한발짝 더 다가간 셈이다. 7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보희 화백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을 좀 더 섬세히 관찰하고,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키위가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고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 그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산책하다 만난 이름모를 풀꽃들이 열매를 퍼뜨리는 모습을 보고 화폭에 옮겼다. 작가 특유의 한국화 채색기법은 그대로다. 생생하면서도 차분한 색감과 단아한 여백은 한국화를 현대화 시킨 좋은 예로 꼽힌다. 갤러리측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예찬의 시기를 지나, 자연의 본질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며 “자연의 근원이자 상징인 씨앗은 대상에의 몰입과 재해석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면적 성찰을 시도하려는 면모”라고 설명했다.

작업실을 제주로 옮긴 것도 큰 변화다. 작가는 신혼여행에 갔던 제주에 반해, 지난 2005년에 남편과 함께 집을 겸한 작업실을 지었다. 이후 주중엔 서울, 주말엔 제주 생활이 이어졌다. 정년을 앞두고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작가는 “그동안 서울 학교와 제주의 집을 오가느라 놓쳤던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