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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인들 죽음이후에도밤하늘의 별을 동경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가나아트 이호재회장 기증전

석관에 청룡·백호·주작·현무
관뚜껑엔 별자리 새겨 넣어…
고승들 탑비·묘지명도 전시


죽은이는 화장(火葬)했다. 재는 유골함에 넣고, 이 함을 석관에 안치했다. 육면체의 석관은 사신(四神)을 새겨 넣었다.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가 4면을 장식하고, 관 뚜껑엔 별자리를 새겨넣었다. 죽음을 맞이했지만 하늘을 볼 수 있게 하고픈 마음에서다. 고려시대 채색사신도문 석관에 얽힌 이야기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내 서예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 기증 고려 금석문전 : 죽음을 노래하다’(오는 6월18일까지)전은 우리나라 중세ㆍ고대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1년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예술의전당에 기증한 금석문 탁본 유물을 중심으로 한국 서예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중세ㆍ고대 묘비와 묘지명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석관과 탑비, 2개의 테마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석관과 문양으로, 고려시대 석관과 탁본뿐 아니라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 성덕대왕신종명 등으로 사신도와 비천상 문양의 변천과정 확인할 수 있다. 선조들이 전통종교인 불교와 도교로써 사후의 안녕을 기원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채색사신도석관(彩色四神圖石棺), 토지주택박물관 소장. [사진제공=예술의전당]

두 번째 섹션은 고려시대 선사들의 탑비와 고려인들의 묘지명 등을 통하여 고려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소개한다. 선사탑비는 장중한 서체와 종교적인 의미를 담아 엄격한 모습을 드러내는 반면, 묘지명은 보다 자유로운 서체와 내용을 통하여 고려인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서울서예박물관측은 “일반 서지류 기록과 비교하면, 탑비와 묘지명은 보존성이 뛰어나 고려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료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고려 현종 12년에 현화사(玄化寺)를 지으며 제작한 탑비엔 현종이 직접 쓴 글씨가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글을 지은이(찬자), 글을 쓴 이(서자), 글을 새긴 이(각자)의 이름도 남아있어 당시 탑비를 제작하는 것이 주요행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시기간 중엔 특별강연도 열린다. 최근 책 ‘존엄한 죽음’을 펴낸 최철주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은 웰다잉, 존엄사에 대해, 영화 ‘목숨’(2014)을 연출한 영화감독 이창재 중앙대 교수는 현대인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담화를 나눌 예정이다.

금석문 연구의 대가(大家) 김용선 전 한림대 교수는 고려시대의 묘지명 문화에 대해, 27년간 <한국서예사특별전>을 30여 차례 기획해온 이동국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이 회장의 기증품 중 선사탑비(禪師塔碑)와 부도(浮屠)를 가지고 글씨에 새겨진 스님들의 죽음이후 세계를 다룰 예정이다. 강연은 모두 무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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