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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장감 넘치는 ‘부조화의 美’
-세계적 갤러리 하우저앤워스 전속 작가
-조르제 오즈볼트, 갤러리바톤서 첫 내한전


친숙한 만화 캐릭터 ‘스누피’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눈빛 만큼은 형형하나, 분위기는 기괴하기 짝이 없다. 램브란트 풍의 초상화엔 무지개 색을 칠했고, 300호는 거뜬히 넘는 풍경은 화사한 원색으로 가득해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다. 상상임이 분명한 풍경화 앞엔 레진으로 제작한 아프리카 토속 조각상을 배치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자 자연히 드는 생각. “그룹전이 아니라 개인전이라고 했는데?”

세계적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가 최근 ‘찜’한 작가 조르제 오즈볼트(Djordje Ozboltㆍ50)가 6일부터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nd Found)’를 연다. 오즈볼트의 한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풍경화와 초상화, 조각등10여점이 선보인다. 쿤 반 덴 브룩, 데이비드 오케인, 로사 로이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 회화작가들의 전시를 열어 온 전용진 갤러리바톤 대표가 이번엔 하우저앤워스의 전속작가인 오즈볼트를 소개한다.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갤러리는 1992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오픈한 이래 런던, 뉴욕, 소머셋, 로스앤젤레스에 분점을 열었다. 마크 브레드포드, 폴 매카시, 루이스 부르조아 등 현대미술 거장 60여명을 전속작가로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미술 전문 매체 ‘아트리뷰’는 갤러리 공동대표인 이반&마누엘라 비어트(Iwan Wirth and Manuela Wirth)를 ‘파워 100’명단에서 1위에 꼽기도 했다. 



5일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오즈볼트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나의 작품을 보고 그룹전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며 “무언가 한가지에 천착하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즐기고 그것에서 나오는 예술적 영감을 놓치지 않고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엔 다양한 이미지와 레퍼런스, 장면, 기호들이 충돌한다. 정밀한 초상화 위에 새, 돼지머리, 청화백자 등 예상치 못한 오브제가 둥둥 떠다니는가 하면 삼각형, 사각형 등 도형을 기본으로 하는 추상에 아프리카 토속 조각을 그려넣는 식이다.

일관성 없어보이는 오즈볼트의 작품이지만, 아프리카 토속 가면은 그가 주로 사용하는 오브제 중 하나다. “가면에서 느껴지는 강력하고 원초적인 힘에 매료되지 않은 작가는 없을거예요. 저도 무척 좋아하지만 사실 피카소도 영향을 많이 받았죠”

허를 찌르는 오브제와 아이콘이 조합된 화면은 질서와 무질서가 역설적으로 공존하는데, 이는 작가의 핵심주제인 ‘부조화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긴장감 넘치는 구성방식, 그로테스크한 설정과 독특한 감각은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작가의 초현실주의적 감성으로 끌어들인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인 오즈볼트는 베오그라드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수학하며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런던 첼시스쿨오브아트, 슬래이드스쿨오프파인아트, 왕립예술원에서 수학했으며 하우저앤워스에서 여러차례 개인전을 개최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지난해에는 하우저앤워스 소머셋 스투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뉴욕 화이트컬럼스, 런던 테이트 브리튼, 오사카 국립미술관 등 세계 주요 예술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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